'10년만에 최악' 정제마진 1달러 벗어났지만…정유업계 "여전히 손해"

기사등록 2019/02/24 09:51:00

지난달 배럴당 1.7달러에서 이달 2.6달러 상승

손익분기점 4~5달러 "석 달째 팔수록 손해"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정유업체들의 수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찍은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말 배럴당 1.7달러에서 이달 둘째 주 2.6달러로 상승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배럴당 1.5달러에서 이달 18일 2.9달러까지 회복한 것으로 추산했고, 메리츠종금증권은 15일 기준 주간 정제마진은 3.3달러로 전월 대비 10% 오르며 4주 연속 증가했다고 예상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지난달 넷째 주 2009년 12월 첫째 주 이후 10년 만에 주간 기준으로 1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최근 반등에 나선 것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개선 등으로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등∙경유 중심 마진 강세에 힘입은 결과로, 휘발유 공급량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정제마진의 추가 개선 여력도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약세가 지속되는 휘발유 마진(2019년 평균 배럴당 1.7달러)의 회복을 예상한다"며 수익성이 악화된 유럽·일본 소재 정유사들의 가동률 조절,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돌입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기대감뿐 아니라 실제 정제마진도 회복되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며 "2월부터 글로벌 정기보수 시즌 개시에 따른 공급 감축으로 휘발유, 디젤 및 등유 마진이 저점을 통과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유가 상승세로 인해 1분기 중 기저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4분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중 일부가 유가 상승 시 재고평가이익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데다 미국발 원유 공급과잉이 있어 당분간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달 말까지 90%대 중반을 유지하던 미국 정유사의 설비 정제 가동률은 이달 85%까지 떨어졌지만 정기보수에 따른 일일시적인 결과라는 진단이다.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지난 11월 하순부터 석 달째 4달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등은 빠진 금액으로 적어도 4달러는 넘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지난달 정제마진이 1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 셰일오일 공급과잉에 따라 미국 휘발유 재고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해결 등으로 불안감이 해소돼 관련 제품 소비가 늘어나야 손익분기점 이상의 의미 있는 마진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