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신고 통해 北 WMD·미사일 전체 알아야"
"미국, 북한 침공하지 않아…정권 전복 의도 없어"
4일 판문점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선 애매하게 답해
또 포괄적 신고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들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 프로세스가 실패했을 경우 대비책들(contingencies)을 마련해놓고 있다고도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소재 스탠퍼드대학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들을 해체 및 파괴(dismantlement and destruction)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국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강연문에 따르면 그는 북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 중 하나와 핵무기 역량(nuclear weapons capabilities)을 보유한 국가"라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포괄적인 신고를 통해 북한의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전체를 완전히 알아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핵심 핵 시설 및 미사일 시설들에 대해 접근해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분열성 물질, 미사일, 발사대, 기타 대량살상무기 재고를 궁극적으로 확실히 제거 또는 파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못박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이건 끝났다(It is over, it is done)"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정권을 전복시킬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통령은 지금이 한반도에서 70년 간 이어져 온 전쟁과 적개심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있다"라며 "이 분쟁이 계속 지속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은 북한에게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동시적이고 평행하게(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하게 추구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며, 이미 대북 인도적 지원 규제를 완화한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 17~19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거론하며 "(트럼프-김영철 만남보다) 덜 주목받았지만 굉장히 중요한 만남이 있었다"며 "새로운 카운터파트 김혁철과 첫 실무 차원의 논의를 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비건이 새 파트너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은 "우린 생산적이고 집중적이며 성과 지향적인 논의를 했다"며 "앞으로 열릴 포괄적 실무차원 협상 계획의 첫 발을 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첫 회담 결과에 만족했다"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요소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내주 열릴 북한과의 실무급 협상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 해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취할 조치들에게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결과에 대한 이해 공유가 필요하다(shared understanding of what the outcome is going to be)"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해가 이뤄져 있지만 "북한과 합의를 이루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단, 다음달 4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이 열린다는 폴리티코의 보도에 대해서는 "워싱턴 내에서 정보가 흐르는 속도는 놀랍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북한 실무진과 협상할 것"이라며 "(폴리티코의 보도가) 방향적으로는 맞으며, 그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건은 아울러 "우린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그 어떤 외교적 논의도 한 적이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는 논의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보기관 수장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틀린 정보는 아니지만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비건은 "만약 내가 같은 정보를 제시한다면 미국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정도로만 얘기할 것"이라며 "북한이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그들과 외교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톱다운' 방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만약 성공적이라면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이 바로 그 기회이자 순간"이라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밝힌 비전을 현실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비건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판문점을 방문했는데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무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현재 한반도 비무장 지대는 내 생애 처음으로 실제 비무장 지대가 됐다"고 미중 협상의 성과를 자찬했다.
경제 제재는 계속 유지하되 문화적 교류 등 북한과 탄력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비건은 지난주 북한 공연단의 방중을 거론하며 "외교에는 탄력성을 줄 수 있는 많은 분야들이 있다"며 "문화 교류 등은 이에 해당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중국, 러시아 측 북핵 수석대표들과 워싱턴에서 만난 사실도 전했다.
비건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협력키로 약속했다"며 "북한은 단지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 입장에 대해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북한 문제를 분리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아니라고 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비건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중국은 미국을 위해 북한에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며 "중국 역시 한반도 내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과 분명히 같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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