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학생 총투표서 폐지 가결
학생회칙서 삭제 및 후속기구 신설
"소수 의견 묵살은 민주주의 아냐"
"여성주의를 위한 연대 계속할 것"
연세대 제30대 총여 '프리즘’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여 폐지의 졸속 과정을 비판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
이민선 총여학생회장은 "총여가 총학생회의 경계에서 내쫓긴 현실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이 상황을 견디고 나아갈 수 있을지 얘기해보자"며 "희망의 빛도 보이지 않고, 패배했다고 느낄 학우들도 있겠지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더 밝은 미래가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학내에서는 이 일련의 사태에 '진정한 민주주의의 결실'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주류"라며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초는 다수의 의견으로만 진행되는 담론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의 목소리를 대한민국 학생사회의 좋은 선례로 남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사흘 간 학생 총투표를 실시, 투표율 54,88%에 폐지 찬성 78.92%, 반대 18.24%로 총여 폐지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연세대는 총여를 없애고 학생회칙에서 관련 규정을 전부 삭제, 후속 기구로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하게 됐다.
앞서 연세대 제29대 총여는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씨의 강연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총여폐지위원회(총폐위) 주도로 지난해 6월 학생 총투표가 실시된 이후 관련 TF팀이 꾸려져 총여 재개편이 논의됐다. 1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TF팀 회의 결과 새로운 총여회칙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1일 새 총여 '프리즘' 당선이 확정돼 공식 출범했으나 학내에서는 또 총여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나왔고 전체 학생회원 10분의1 이상인 2535명의 요구로 총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전체 회원 10분의1 이상의 서명이 확보되면 총투표 실시가 가능하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폐위는 지난해 '총여 재개편 요구의 안'이 가결되자마자 다시 총여 폐지를 위한 서명을 모았다"며 "과연 총여 회원들의 손으로 재개편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릴 용의는 있었는지, TF팀 회의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것을 목격한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연대 발언을 한 '성균관대 성평등어디로가나' 소속 노서영씨는 "(총여 폐지 움직임은) 여성주의에 대한 틀림없는 '백래시'라고 생각한다"며 "백래시가 강한 것은 그만큼 여성주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연대하며 각자의 공간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연세대의 한 여학우"라고 밝힌 정유진씨는 "우리 사회가, 학교가 평등과 안전이 담보된 공간이길 바란다"며 "총여 없는 학교는 부족하다. 총여가 없어진 상황에서도 우리는 평등한 공론장, 안전한 공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보탰다.
연세 여성주의자 동문 네트워크는 이날 202명의 지지 서명을 보내 "총여는 지난 31년간 평등한 학내문화 조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많은 여학생들의 자부심"이라며 "총여의 졸속 폐지와 후속 기구 설립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더욱 큰 물결이 돼 흐를 것"이라며 "총여 폐지를 통해 여성주의와 총여의 필요성을 더욱 토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세대에서 총여 폐지가 확정되면서 서울 내 대학 총여는 모두 없어진 상황이 됐다. 지난해 11월22일 동국대학교에서 학생 총투표에 따른 폐지 결정 후 9일 만에 연세대 '프리즘'으로 명맥을 이어가다가 다시 1개월 만에 전멸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지난해 9월 유효표 4747표 가운데 찬성 83%(4031표)로 총여 폐지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건국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는 2013년, 홍익대학교는 2015년 총여를 폐지했고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기구였던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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