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울산시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이날 새벽 발생한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잿더미가 된 점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이 든 상인들은 화재가 발생한 수산물소매동 옆에 있는 시장 관리사업소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먼 산만 바라봤다.
상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니 여기저기서 "아이고…", "이제 우예하노(어떻게 하나)…"라는 말이 한숨과 같이 섞여 나왔다.
수산물소매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혜옥(67·여)씨는 "새벽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건물은 이미 폭삭 내려앉은 상태였다"며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니 무엇 하나 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설 명절을 앞두고 2000만원 상당의 고기를 새로 들여왔었다"며 "제품 뿐만 아니라 냉장고, 가재도구 등 피해금액은 말할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설 대목을 앞두고 제수용 수산물을 대거 구입해 두었기에 점포 1곳당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8000만원 이상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화재에 따른 피해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당장 장사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더욱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10년간 이 곳에서 횟집을 운영한 이상숙(57·여)씨는 "횟집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한테 맞는 칼을 써야 한다"며 "회 뜨는 칼 1개 건지지 못해서 다른 식당에 아르바이트도 가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30년 동안 이 곳에서 장사를 하며 아이 둘을 혼자서 키웠다. 하루하루 버텨왔는데 이런 사고까지 발생하니 막막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전 11시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화재 현장을 찾자 상인들은 적극적인 피해 수습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백창오 수산물종합동 상가번영회장은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임시 영업장"이라며 "어디든 좋으니 상인들이 빠른 시일 내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김 장관은 "설 명절을 앞두고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화재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울산시와 함께 후속대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울산시와 소방당국, 경찰 등은 이날 오전 관리사업소 앞 공터에 비상대책본부를 마련하고 현재 현장 수습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불은 오전 2시 1분께 울산시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소매동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건물 1개동(전체면적 1021㎡)이 전소돼 소방서 추산 13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생선과 건어물, 젓갈류 등을 판매하는 이 곳에는 78개 점포가 들어서 있었다. 시장 상인들의 영업이 끝난 시각에 불이 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이후 2시간 10여분 만인 오전 3시 24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4시 40분께 잔불 정리를 마무리했다.
한때 소방당국은 인근 2개 이상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날 진화 작업에는 소방대원 95명을 포함한 인력 137명과 펌프차, 탱크차, 화학차 등 장비 35대가 투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진술과 화재 현장 인근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오후 3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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