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보유세 강화·금리인상·대출 규제, 다주택자 '옥죄'
"갈수록 세 부담 증가"… 4월 공시가격 발표 최대 '분수령'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일환인 '공시가격 현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을 언제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거래가에 크게 못 미쳐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고가 주택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9.13부동산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 정책이 본격적인 효과를 내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만 서울 부동산시장은 말 그대로 '거래절벽'이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간이 갈수록 거래절벽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아파트 거래량도 뚝 끊겼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하루평균 60여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각각 3558건, 2308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9월(1만2245건), 10월(1만135건)과 비교하면 4분의 1로 줄었다.
일부 급매물만 이따금 거래될뿐 서울 주요지역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는 부동산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없이 호가만 떨어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정책으로 다주택자들을 옥죄고 있지만 아직까지 버틸 여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을 올리고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들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 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보유세 부담이 늘어 무분별한 투기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집값을 잡지 못하면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경험한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시가격의 일률적 인상이 아니라 집값이 급등한 상황이 반영되는 조세 형평성 차원의 현실화라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 집 한채를 소유한 가구수는 1074만 가구다. 이중 집 한채만 가진 가구는 전체의 33%에 해당하는 350만 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720만 가구는 집을 두채 이상 가진 다가구인 것이다.
또 다주택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은 모두 3800채로 1인당 평균 380채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다주택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수는 3756채로 집계됐다. 또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6160억원으로 1인당 600억원어치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당 가중 등 세 부담을 늘려 부동산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거래없이 집값만 떨어지는 지금의 거래절벽 현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시장의 무게 중심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오는 4월 이후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은 최고 세율이 3.2%까지 오르는 종합부동산세 증가와 공시가격이 정부 목표에 맞게 시세의 80%까지 오른다면 세 부담이 커져 자금 여력이 없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부 자산형 다주택자들을 제외하고, 전세와 대출 등을 끼고 갭투자에 나선 다주택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집을 팔거나 임대등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 부담과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다주택자들이 갈수록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부담이 늘면 시장에 일시적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PB부동산팀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시장에 실제 거주할 집 외에 추가로 집을 더 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보유세를 올리면 주택이 일시적으로 나와 집값 하락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세가 올라가면 집을 팔아야겠다는 부담이 늘어난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