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과거핵' 해법 찾을까

기사등록 2019/01/03 07:17:00

金 비핵화 의지 거듭 확인…'폐기' 관련 언급은 없어

2차 북미회담 개최 여부 주목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신년사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9.01.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의제 조율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이미 완성된 핵무기 등 이른바 '과거핵'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해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며 '미래핵'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고,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표명하며 '현재핵'에 대한 입장 표명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또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며 과거핵에 대한 자신들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미래·현재·과거핵에 대한 입장을 내긴 했으나 여전히 미래핵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 무력, 핵탄두와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폐기'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핵단추'가 놓여 있다고 밝히는 한편 핵탄두와 탄도로켓을 대량생산해 실전에 배치하겠다고도 했다. 외부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수준에 대한 평가에서 구체적인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수십 개의 핵탄두를 제작할 수 핵 물질을 생산했으며, 10기 이상의 핵탄두를 완성했을 거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비핵화 협상에서 과거핵의 폐기 방식과 절차는 논의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선결 과제인 핵시설 신고·검증에 대한 이견 조율이 필수적이다. 결국 올 상반기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은 북한 핵시설에 사찰 문제와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에 '고질적인 주장'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의 원칙하에 '공정한 제안'을 내놓자고 촉구했다. 과거 비핵화 협상은 매번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년사에 비춰볼 때 과거에 논의됐던 형태의 핵시설 신고·검증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핵으로 분류되는 핵탄두와 운반수단의 일부를 불능화하는 방식 등을 통해 비핵화 초기 이행 조치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거나 실험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화답했다. 또한 자신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께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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