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초계기 영상공개, 한일 '레이더 갈등'에 기름

기사등록 2018/12/28 19:42:25

軍 "日영상 일방적 주장일 뿐 객관적 증거 안돼"

"오히려 광개토대왕함 상공 150m까지 근접 위협비행"

【서울=뉴시스】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초계기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자국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2018.12.28. (사진=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종택 김성진 기자 = 최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조난 선박 구조하던 중 일본 해상초계기(P1)에 레이더를 조준했는지를 놓고 촉발된 한일간 '레이더 갈등'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기름을 붓자 우리 군은 "일방적 주장일 뿐 객관적 주장이 될 수 없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28일 일본 방위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사격 통제 레이더 조사 사안'이라는 제목의 13분8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가 촬영한 것으로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모습이 담겼다. P1 초계기 승무원인 해상자위대원이 P1에 레이더가 조준됐다고 보고하는 음성이 녹음됐다. 

방위성은 영상에 대해 "P1 초계기가 사격통제 레이더를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수 차례 조준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담겼다"고 주장했다.또 초계기가 한국 구축함에 저공 비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의식해 "영상에는 초계기가 한국 구축함에서 일정한 고도와 거리를 유지하며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자위대원은 "화기관제레이더를 방사하고 있다. 화기관제레이더 탐지. 함포가 지향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 계속 탐지하고 있다. 일단 이격하겠다. 전파가 대단히 큰 소리"라고 소리쳤다.

【서울=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P-1 대잠초계기.

영상 말미에는 영어로 세 차례 "한국 해군함정 971, 여기는 일본 해군"이라고 호출하면서 "함정의 화기관제레이더 안테나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신들의 행동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영상만으로는 광개토대왕함이 실제로 일본 초계기를 향해 화기관제레이더를 조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영상에는 함정의 레이더가 초계기를 향해 있지만 직접 조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0일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1t 미만의 북한 조난 선박을 찾기 위해 성능이 더 좋은 탐색레이더(MW08)를 사용하긴 했지만, 사격을 위해 가동하는 추격레이더(STIR)를 사용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설명에도 일본이 일방적으로 영상을 공개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한일 간 실무화상회의를 연 지 하루 만에 일본 측이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측이 공개한 영상은 단순히 초계기가 해상에서 선회하는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장면만이 담긴 것으로 일반 상식적인 측면에서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했다는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일본 측은 국제법과 무기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의해 나가야 함에도 일방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군 관계자는 화기관제레이더의 조사 여부에 대해 "대화만으로는 우리 측 추적레이더로부터 조사됐다고 볼 수 없다"며 “조사 받았다면서도 추적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은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영상에는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이 근거리까지 접근해 위협 비행을 한 증거가 담겨 있다고 군은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일본 측 영상을 보면 P1은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소속 함정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고도 150m로 광개토대왕함을 옆을 500m 접근해 촬영했고, 이는 함정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인도주의적 구조 활동에 집중하고 있던 우리 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으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해군 광개토대왕함.


 ohjt@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