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일가족 살해·증평 모녀사건 등 경악
5대 강력범죄 1만3258건 발생…살인 30건
미투·빚투 파문…지방선거사범 43명 기소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무술년(戊戌年) 한 해가 지나간다. 올해 희망의 해는 어느덧 산전고초를 겪은 황혼의 얼굴이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 한다.
동쪽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으나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길은 멀고 힘들었다. 올해도 여지없이 각종 사건사고가 한 해를 할퀴며 서쪽 하늘을 붉은 상처로 물들였다. 범죄의 상흔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후벼파며 씻을 수 없는 검은 기억을 남겼다.
◇"어린 자녀가 무슨 죄라고" 잇단 가족 살해 '경악'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건만, 인면수심의 부모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자녀의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8월24일 옥천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은 양반의 고장 충북을 커다란 충격에 빠트렸다. 수억원대 빚에 허덕이던 40대 가장이 자신의 부인과 세 자녀를 살해한 뒤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거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아빠'에 의해 목이 졸려 숨진 딸 3명의 나이는 고작 7살, 9살, 10살이었다. '자상했던 아빠'로 이웃들에게 기억된 이 남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1심 법원은 인면수심의 가장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지난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증평 모녀 사망사건도 가족 살해범죄의 한 축이었다. 지난해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심적 고통에 시달리던 40대 엄마는 의사능력이 부족한 세 살배기 딸을 극약으로 살해한 뒤 본인도 목숨을 끊었다.
일각에선 복지사각지대의 그늘로 치부했으나 그러기엔 어린 자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이 여성은 "남편이 떠난 뒤 심적으로 힘들다. 딸도 데려가겠다"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가족 모두가 극단적 선택에 동의한 송파 세 모녀와 달리 이 여성의 세 살배기 딸은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형법상 자녀(직계비속) 살해범죄는 직계존속과 달리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 영아살해 처벌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는 부모가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해당 사유 없이 어린 자녀를 살해했을 땐 보통살인죄로 처벌되나 이마저도 부모가 동반 자살했을 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해자가 숨졌을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되기 때문이다.
올 한해 충북에서는 자녀살해 외에 542건의 아동학대 행위가 경찰에 신고됐다. 2년 전에 비해 22건이 늘어난 수치. 발생 장소는 부모에 의한 '가정 내'가 388건(71.6%)으로 압도적이었다.
◇5대 강력범죄 1만3258건 발생…살인 30건
살인, 강도, 강간·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도 끊이지 않았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1만3258건의 5대 강력범죄가 발생, 이 중 1만477건(79%)이 검거됐다. 12월 발생범죄가 누락됐으나 2017년 1만4506건, 2016년 1만6130건, 2015년 1만7173건에 비해선 감소 추세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 30건 ▲강도 27건 ▲강간·추행 640건 ▲절도 4967건 ▲폭력 7594건이 각각 발생했다.
살인사건 중에선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옥천 일가족 살해범 외에 9월26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자신이 운영하는 가요주점에서 47세 여성 동업자를 살해한 사건이 충격적이었다.
50세 남성 범인은 여성 동업자를 성폭행하고, 둔기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킨 뒤 건물에 불을 질러 살해했다. '영업이 잘 되지 않아 다툼이 잦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지난 21일 1심 결심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7월22일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자신의 식당에서 부인의 전 내연남(51)을 살해한 57세 남성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5월17일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집에서 다툼 끝에 황혼 재혼한 남편(76)씨를 흉기로 33차례나 베고 찔러 살해한 56세 여성은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차디찬 교도소로 향했다.
◇'미투' '빚투' 폭로 잇따라
성범죄와 사기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빚투(#빚Too·나도 떼였다)'가 올 한해 줄기차게 이어졌다.
발단은 배우 조민기씨였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조씨는 여제자 십수명을 성추행했다는 미투 폭로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결백을 주장하던 조씨는 미투 제기 후 후 17일 만인 3월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교사들의 성추행·성희롱에 시달리던 여학생들의 '스쿨 미투' 폭로도 잇따랐다. 11월8일 청주의 한 사립학교 교사 7명이 성희롱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올 한해 8건의 스쿨 미투가 도내에서 발생했다. 전국 스쿨미투 36건의 22.2%를 차지할 정도로 충북의 교사 성범죄는 심각했다.
11월 들어서는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 사건이 세간을 흔들었다.
제천시 송학면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던 마이크로닷 부친 신모씨에게 수십억원 규모의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르며 신씨가 거주하는 뉴질랜드 등에 인터폴 수배가 내려졌다. 신씨는 지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축협에서 수억원을 대출하거나 또 다른 지인들에게 상당액의 돈을 빌린 뒤 1998년 돌연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 도피 중인 신씨에게는 검찰의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인데, 도내에서는 매년 2000건에 가까운 사기 도주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사범 43명 기소…치열한 법정다툼 예고
6·1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사법당국의 판단은 이제 시작됐다.
청주지검은 공소시효(선거일로부터 6개월) 만료일인 지난 13일까지 도내 공직선거법 위반사범 43명을 재판에 넘겼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61명 기소에 비해 18명 감소했다.
당선자 중에선 더불어민주당 임기중 충북도의원과 하유정 충북도의원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임 의원은 공천 대가로 박금순 전 청주시의원에게 현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하 의원은 사건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정우철 청주시의원도 선거비용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 후 각종 고소·고발에 휘말린 단체장 당선자들은 모두 선거법 위반의 굴레를 벗으며 자유의 몸이 됐다. 단체장 낙선자로서는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김종필 진천군수 후보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법정을 들락거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4월24일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위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아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동시에 상실한 나용찬 전 괴산군수도 또 다시 피고인 신분이 됐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SNS에 게재하고, 선거운동 제한 기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 혐의다.
경찰(경정) 출신의 나 전 군수는 지난해 4·12 괴산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1년 넘게 법정신세를 면치 못하는 불명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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