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대선 전후 SNS에 조작 컨텐츠 대거 올려"

기사등록 2018/12/17 08:56:36

英 연구팀 "모든 메시지가 명백힌 공화당과 트럼프 도와"

【헬싱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독대하는 동안 배석한 통역자들이 받아적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해 파문이 일자 미 의회 일각에서는 통역자 마리나 그로스(왼쪽)를 청문회에 나오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8.07.19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주요 SNS에 조작한 단어, 사진, 동영상을 대거 올렸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선거 당시보다 더 활발히 활동했음을 밝히는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번 보고서는 주요 기술 기업들이 상원 정보위에 제공한 수백만 건의 포스팅을 처음으로 상세히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 정보위는 이 보고서를 이번 주 내에 또다른 보고서와 함께 공개할 게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옥스퍼드 대학교 컴퓨터 프로파갠더 프로젝트와 네트워크 분석 회사 그래피카는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가 미국인 계층을 세분해 맞춤형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대선 토론회나 전당대회 등 중요 정치적 계기가 있을 때마다 메시지 발송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IRA는 미 당국이 2016년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한 회사다.

보고서는 "모든 메시지가 명백히 공화당을 돕기 위해, 특히 도널드 트럼프를 돕기 위해 작성됐다"면서 "선거 기간중 트럼프를 지지하라고 촉구하는 메시지가 보수주의자와 우파 유권자에게 집중 제공됐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집단에게는 혼란과 분열, 투표 기권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총기보유 권리 및 이민 등의 이슈와 관련해 보수주의자들을 자극하려고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좌파성향의 흑인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잃도록 유도했다. 라틴계, 이슬람, 기독교, 게이, 자유주의자, 남부 사람들, 예비역 군인 등도 수천개의 러시아 계정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보고서는 최초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글+, 텀블러, 핀터레스트 등에 대한 상세한 분석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야후 이메일과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 구글 지메일도 활용했다.

보고서는 데이터에 루블화로 광고비를 결제하거나 연락처로 러시아 전화번호를 남기는 등 러시아의 개입 증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으며 인터넷 접속 주소가 IRA가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돼 있는 등의 기술적 증거들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온라인 영향력 작전이 2009년 국내 정치에서 처음 활용됐다고 밝히고 이 방식이 미국 정치에 활용된 것은 2013년 트위터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조작 행위는 2014년부터 매년 급증했다. 러시아는 트위터 계정에서 시작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까지 공작 대상을 확대했다.

특히 페이스북이 보수주의자들과 흑인들을 상대로 한 공작에 많이 이용됐다. 좋아요, 공유 등 반응의 99%가 IRA가 운용하는 "애국자 되기", "텍사스의 정신", "흑인운동가", "예수 군대" 등 20개 페이지에서 나왔다. 좋아요 3900만회, 공유 3100만회, 기타 반응 540만회, 댓글 340만회 등이었다. 러시아 메시지는 페이스북을 통해 1억2600만명에게 전달됐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2000만명에게 전달됐다고 페이스북측이 상원에 밝혔다. 러시아는 인스타그램에 133개의 계정을 운영했다.

러시아의 포스팅은 대선 이후 6개월 동안 특히 급증했다. 2016년 월 평균 2600회이던 것이 계정이 폐쇄된 2017년에는 거의 6000회로 늘었다. 보고서에서 분석된 인스타그램 포스트는 3년 동안 1억8500만회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댓글도 400만 건이 달렸다. 유튜브 역시 적극 활용돼 선거 뒤 6개월 동안 유투브에 링크된 트윗이 84% 증가했다.

러시아는 또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매체를 기민하게 연결해 활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흑인 문제"라는 사이트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구글+, 텀블러 및 페이팔에 계정이 있었으며 이들은 서로 포스트를 링크하면서 모금을 하거나 실제 시위를 조직하고 러시아가 통제하는 웹사이트에 트래픽을 몰아주는 등의 활동을 했다.

"미국의 흑인 문제"라는 웹사이트는 "경찰이 흑인 아이들을 죽인다. 당신 아들이 다음 희생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도발적 문구로 구글에 광고를 냈다.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가 중단된 것을 놓고 페이스북사가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한다고 비난하는 트윗도 있었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