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강사정원제·책임강의시수제 도입 안내 문건 보내
강사수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 나와 주목
책임시수 학기 6학점·연간 12학점 필수 시행 안내도
"내년 1학기 임용 강사, 2학기 재임용 보장없다" 문구도
무급 객원교수 억제했다가 내년 1학기만 운영 재개해
이런 상황은 최근 연세대 교양과목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학생 및 강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사법에 대비한 꼼수라는 지적과 함께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4일 뉴시스가 입수한 '강사법 시행 본교 인사정책 수정사항' 문건에 따르면 연세대 교무처는 지난 6일 각 단과대학과 학과에 "강사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사TO제(강사정원제), 강사 책임강의시수제 등을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해당 공문에서 직접 대량해고 또는 강사 수 축소 방침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문건에 담긴 내용의 핵심은 강사 수와 관련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강사정원제는 학과별로 강사 정원을 본부에 신청해 승인을 받는 체계다. 지금까지는 각 학과가 재량으로 시간강사를 임용했지만, 강사법이 시행되는 2학기부터는 공개채용으로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본부가 강사 정원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각 학과에서 요청하는 강사 정원이 전임교원 정원과 연동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전임교원의 강의개설 여건, 공간 여건, 기타 복지재원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건에는 강사 책임강의시수제도를 운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강사 1인당 한 학기 6학점, 연간 12학점 수업을 꼭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사법에 따르면 한 학기 '6학점 이하 강의'를 맡는 강사를 임용할 경우 4대보험과 방학 중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고 1년간 임용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연세대의 책임강의시수제도는 결국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건비 대비 효율을 최대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구성원들이 우려하는 교육 질 저하 및 강사 수 축소와도 맞물린다. 기존 시간강사들은 일주일에 1개 과목씩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두 6학점을 맡을 경우 무조건 전공 2개와 교양 3개 과목을 맡아야 한다. 준비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은 물론 비전공 분야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강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자연히 기존 과목을 맡던 강사들이 2분의 1 또는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또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인 내년 1학기부터 정원제로 운영할 예정이지만 재임용될 보장은 없다. 문건에는 "1학기에 임용한 '시간강사'가 2학기에 '강사'로 임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동시에 1학기에는 무급으로 운영되는 객원교수(초빙교수)를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연세대는 문건에서 "강사법 법령상 초빙교수에 해당되는 객원교수도 1년 이상 임용해야 하며 각종 사회보험 및 퇴직금 부담의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확보된 예산이 없을 경우 임용할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강사법 시행 유보로 2019학년도 1학기에 한해 종전처럼 1개 학기간 임용 가능해 한시적으로 객원교수 임용을 다소 완화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학기는 "교육부 지침이나 각 대학 및 대학원의 의견을 참고해 별도로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이 문건을 만들기 전부터 강사법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해왔다. 9월께 교양과목 수를 대폭 줄였고, 강사법으로 인한 강사 감원은 약 1400명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사실상 강사 수와 과목 수를 줄이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강사법을 빌미로 한 교육환경 훼손에 반대한다'며 학생들의 선택권 침해는 물론 강의 규모가 대형화돼 교육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대위는 "강사법을 빌미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경우도 학교에서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학본부에 "강사정원제와 강사책임강의시수제, 교과목 운영계획서 제출 등 지금까지 논의한 사항을 철회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구조조정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연세대 교무처 관계자는 "강사 숫자에 대해서는 상의한 바 없다"며 "현재 신촌캠퍼스 강사 수만 1300명 규모인데, 8월 법 시행과 함께 모두 공개채용할 경우 각 학과 교수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우선 1학기부터 시범운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강사법이 시행된 후 제도가 정착되면 적절한 수의 강사 정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은 물론 교육부의 지침이 최대한 빨리 전달돼야 이런 혼란과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dyh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