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남북 공동유해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DMZ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한군 전술도로가 처음으로 연결됐다. DMZ 안에 설치됐던 GP도 하나만 남기고 철거했다.
통일의 날이 가까워진다는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인 홍찬선이 서사시집 '삶-DMZ 解寃歌(해원가)'를 냈다.
'오는 듯 오지 않은/ 그님을 기다리다/ 초승달 반달 거쳐/ 구백 보름 지났는데/ 아직도 기다리라는/ 너는 아냐 그 아픔// 오로지 내 딸 아들/ 떳떳한 삶 꾸리고자/ 잘록한 허리 불끈/ 다잡아 매어설랑/ 저 높은 보릿고개를/ 넘으려다 잘린 꿈'('삶' 중)
'그대여 오라/ 그 많은 바람 그 많은 그리움/ 큰 가슴에 듬뿍 안고// 그대여 오라/ 어둠에 쌓인 한반도 금수강산/ 환히 비추는 빛 동해 뚫고/ 그대여 오라/ 이 땅의 모든 아픔 휩쓸어 가려/ 달려오는 天軍(천군) 天吏(천리) 함성 들으며// 단단하게 보이는 철조망은/ 나약한 인간의 두려움 표시/ 오는 그대여/ 그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으로/ 한숨에 녹여버리고 오라'('꿈덩이' 중)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겸 군사전문기자는 "155마일 DMZ뿐 아니라 낙동강 전선 등 6·25전쟁 후방 격전지를 누비며, 시상을 명쾌한 필치로 그려냈다"며 "단순히 감상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지 않았다"고 읽었다. "분단의 아픔과 냉엄한 안보 현실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소개한 서사시라 할 만하다. 격변기에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홍 시인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열리고,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며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 2018년 한 해가 벌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그 한 해의 역사를 위해 동분서주한 자취를 남긴다"고 전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고, 찾아야 할 흔적들은 더욱 많지만 일단락 짓는다. 그 흔적 함께 찾을 사람들 기다리며, 그 흔적 더 잘 볼 수 있는 눈와 귀와 가슴 닦으며."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홍 시인은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동국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6년 '시세계' 가을호 시 부문과 '겨울호' 시조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한국시조문학대상 특별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틈'과 시조시집 '결' 등을 냈다. 320쪽, 2만원, 넥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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