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서울 유일 '총여' 탄생…재개편·운영 방향 과제로

기사등록 2018/12/01 11:22:50

투표율 51.48%·찬성 67.73% 제30대 총여 당선

은하선 강연 논란에 재개편요구…논의 진행

지난달 동국대 페지로 서울 전멸…다시 명맥

대학가 폐지 움직임…"反페미니즘" vs "필요없다"

【서울=뉴시스】연세대학교에서 제30대 총여학생회가 탄생했다. 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 공고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이의제기를 받은 결과 이의가 없어 단일 후보로 출마한 선본 '프리즘'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1일 밝혔다. (사진=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2018.12.01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연세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총여)가 탄생하면서 소멸하는 듯 했던 서울 내 대학 총여가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에 단일 출마한 '우리를 펼쳐 당신의 빛으로, 프리즘'(프리즘) 선본이 제30대 총여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투표율 51.48%에 찬성 67.73%, 반대 18.23%다. 지난달 30일까지 이의제기를 받았고, 이의가 없어 1일 당선이 확정됐다.

◇대학가 총여 폐지 광풍…연세대만 남았다

지난달 22일 동국대학교에서 학생 총투표에 따라 총여 폐지 결정이 나면서 서울 소재 대학에서 총여는 사실상 전멸하는 듯 했다.

동국대에서 사흘 간 진행한 학생 총투표 결과 7036표 중 폐지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5343명(76%)에 달했다.

총여 구명을 위해 조직된 동국대 여학생총회는 22일 384명 서명을 받아 총투표 과정의 졸속 절차 등을 문제 삼고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투표결과에 문제가 없음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지난 9월15일 총여 폐지안이 가결됐다. 유효표 4747표 가운데 찬성이 83%(4031표)로 압도적이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지난 10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08. scchoo@newsis.com
이 외에도 건국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는 2013년, 홍익대학교는 2015년 총여를 폐지했고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기구였던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만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총여가 정상 운영되는 대학으로 남게 됐다.

◇총여 폐지, 페미니즘 '백래시' 관측 지배적…"필요없다" 지적도

총여 폐지 광풍은 최근 몇년 간 대학가를 압도했다.

이는 페미니즘 바람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동)'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페미니즘의 확산이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등을 통해 수년간 축적된 여성혐오 표출의 방아쇠가 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학내 소수자였던 여성을 대표하는 단체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대학 내 여학생 비율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이들의 의사가 총학생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갖는 젠더권력의 차이가 명백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머리 수로만 총여가 필요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주장이 이에 맞선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지난 10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용지를 찢고 있다. 2018.10.08. scchoo@newsis.com
동국대 여총에 지지성명을 보낸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여학생위원회는 "수적 다수주의로 전락한 왜곡된 민주주의와 보편 구조를 답습하는 텅 빈 인권이 여성주의를 쉽게 삭제할 수 있는 현실이야말로 대학사회 내 실재하는 젠더 불평등의 단면이자 총여학생회가 필요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각 학교 총여 폐지를 계기로 SNS에서는 '#우리에겐_아직_총여가_필요하다’는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했다.

학내 성폭력 고발, 여학생을 위한 정책 마련 등도 총여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연세대 총여는 지난 10월 축제 이후 서울시 및 경찰과 협력해 신촌 일대 사업장 내부 화장실의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활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총여 대신 여학생위원회를 두고 있는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모(21)씨는 "도서관 열람실 불법촬영, K교수 성추행 사건 등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학내에서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위원회로 목소리를 내는 것과 투표로 대표자를 뽑는 학생회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무게와 파급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여, 재개편 방향은 숙제

사회적으로 총여를 폐지하는 분위기가 거센 만큼 사실상 서울 소재 대학 내 단 하나의 총여로 남은 연세대 총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세대 총여는 지난해 은하선씨의 강연 추진을 계기로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후 TF팀을 꾸리고 재개편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연세대학교 학생총투표 투표관리위원회는 총투표 결과 지난 6월15일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이 가결됐다고 전했다. (사진 =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은씨가 연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총여가 여성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며 강연을 강행해 불통 논란이 일었고, 총투표를 통해 '재개편요구안'이 가결됐다.

당시 총여 퇴진 추진단은 총여를 학생인권위원회(가제)로 바꾸고, 구성을 '연세대 재적 중인 전체 학부생'으로 확장하자는 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연세대 중앙선관위는 사실상 총여 폐지 수순인 이같은 '재개편안’을 총투표 안건으로 세우는 것은 자치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고 이를 '재개편요구안’으로 완화했다.

이후 8차에 걸쳐 진행된 TF팀 회의에서는 전문이나 회칙 개정,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 뿐 아니라 학내 소수자 전반과의 연대를 꾀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연세대 총여로 당선된 선본 '프리즘'은 여성 뿐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수자 단체와의 연석회의 제도화, 성폭력 생존자 연대모임 진행, 남자 화장실 칸막이 설치 요구, 휠체어 탑승 학생을 위한 학내 건물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 요구,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속기 서비스 안정화 요구, 채식인을 위한 비건(완전 채식) 학식 도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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