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하강레포츠 사고 증가세…통일된 법규 마련 시급

기사등록 2018/11/23 06:00:00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지난 9월 경북도 관계자들이 하강레포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2018.11.22 (사진=경북도 제공)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하강레포츠는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적으로 이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로 거의 방치되다시피 운영되고 있다.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종 법령이나 규칙 등이 어떤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하는 지 짚어본다.

◇ 잇따르는 하강레포츠 사고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26일 용인자연휴양림 내에서 탑승 장비끼리 충돌하면서 탑승객 4명과 가이드 한 명이 다쳤다. 사고는 체험장 마지막 코스에서 이용자 1명이 도착지를 앞두고 공중에서 멈추자 가이드 1명이 구조하는 과정에서 다음 탑승객 3명이 내려와 추돌하면서 빚어졌다.

같은달 5일에는 충북 제천시의 한 시설에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레포츠시설을 탄 승객이 수면의 구조물과 충돌해 엉덩이와 다리,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호수 수위가 올라가 수면에 설치된 수상비행장 구조물이 이 시설 와이어와 가까워진 사실을 간과한 채 운행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6일 포천시 신북면의 한 체험시설에서는 탑승장치가 운행 중 멈춰 9살 남자아이가 높이 10여m 되는 곳에 매달려 있다가 출동한 119 구조대에 1시간만에 구조됐고, 4월 8일에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시설에서 앞뒤 승객들끼리 부딪혀 4명이 다쳤다.

지난 2015년 2월 28일엔 충북 보은의 놀이공원에서 12살 어린이가 추락해 숨졌다.

◇ 경북도가 처음으로 점검해보니

이처럼 하강레포츠 사고가 잦자 경북도는 지난 9월 도내에서 운영중인 5곳을 점검했다. 전국에서는 소규모 미등록 시설 등을 포함해 80여곳에서 이들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의 점검 결과 대부분의 시설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형식적인 육안 검사가 대부분이고 점검일지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는 것은 '기본'이었다.

또 주요 장비인 트롤리, 하네스, 카라비너, 메인 및 보조 로프 등에 대한 표준화된 사용 기준이 없고 공인된 인증기관의 승인절차도 없었다.

낡은 목재 타워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곳도 있었고 추락방지망이 없는 곳도 있었다. 비상장치 미작동, 안내문구 미부착, 추락방지망 미설치, 미끄러운 비탈길 사용 등의 지적 사항이 무더기로 나왔다.

장력테스트기, 하네스 부식 방지를 위한 건조기 등이 없는 곳도 있었고 브레이크 시스템도 제각각이어서 제동시 몸에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곳도 있었다.

보험가입에도 허점이 있었다. 조사대상 5곳 모두 보험 가입이 돼 있었지만 보험 가입 및 금액 등에 관련된 의무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자율적으로 가입하고 있었고, 영세한 업체들은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사고 보상금액을 최저 한도로 해 가입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시설이 직원에 대한 안전교육은 제대로 할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시공업체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북도내 시설들은 시공업체인 J, A 2개 업체로부터 각각 교육을 받고 있다. J업체는 40시간을 이수하면 레벨 1, 140시간 이수하면 레벨 2라는 자격증을 주고 주기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A업체는 시설 개관때와 직원 채용때만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도 전문화된 정규직이 있지만 성수기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충원하고 교육도 받지 않은 이들을 현장에 배치하는 곳도 있었다. 

◇ 사고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짚라인 데크. 경북도에 따르면 데크 설치는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만 와이어와 제동장치는 그렇지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2018.11.22 (사진=경북도 제공)  photo@newsis.com 
점검에 나섰던 경북도는 레저스포츠업은 자유업으로 사업자 등록만 있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어 관리·감독상 안전 사각지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이런 시설 설치에 대한 법률이 없어 시설에 따라 건축법, 산지관리법, 하천법 등 여러 분야의 법률을 따로따로 적용해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관리 감독도 마찬가지로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특히 하강레포츠시설의 경우 자연·지리적 환경과 모험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어느 레저보다 높지만 안전기준이 없다. 안전기준 매뉴얼의 경우 일부업체는 보유하고 있지만 표준화된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 업체는 이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점검도 대부분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극히 일부가 전문기관에 의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문기관'조차 안전기준도 없고 전문성도 없어 이들이 수행한 검사결과도 신뢰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경북도는 밝혔다.
 
또 레저스포츠가 자유업이라 행정당국이 이들 업체의 안전관리 부실, 중대사고 때 보고하지 않는 것 등을 따질 수도 없으며, 정기·수시 안전점검과 안전 관리자 교육 등을 하지 않은 데에 대한 행정처분도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행정지도와 집중단속 등 행정력이 미칠 수 없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2011년부터 '레저스포츠 진흥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으며 지난 2016년 한선교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이 때문에 하강레포츠의 현황이나 통계자료 파악도 힘든 실정이다.

◇ 대책은 무억인가
 
경북도는 이같은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통일된 법규 마련'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법규가 마련되면 외부 교육기관 명시 및 교육 의무화, 관련 자격증 취득, 표준화된 교육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 안전기준, 정기점검, 응급의료체계 의무화 등이 이뤄지면서 사고발생이 줄고 사고가 나더라도 대응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관련 법규가 없어 현재 설치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외국의 설치 기준에 따라 설계와 시공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내 대부분 시설은 이번 점검에서 "외국의 설치 기준에 따라 시공했다"며 외국 인증서를 내밀며 점검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경북도 김남일 재난안전실장은 "이들이 지역경제 발전과 관광자원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이같은 법제화 미비로 지자체가 융자나 보조금 등의 지원을 하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하지만 이들이 안전사각지대로 남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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