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소득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고 국내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는 앞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자상환부담 가중으로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가계부채 문제가 민간소비 위축까지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빚은 올 3분기 사상 첫 1500조원을 돌파했다. 전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판매신용 잔액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22조원(1.5%) 증가한 151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4분기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5년 만에 500조원이 불어난 것이다. 다만 가계빚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6.7%로 지난 2014년 4분기(6.5%) 이후 3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각종 대출 억제책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문제는 가계 소득이 빚보다 느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총처분가능소득(명목) 증가율은 지난해 기준 4.5%로 가계빚 증가세에 크게 못미쳤다. 최근 추정된 2분기 가계소득 증가율도 4.9%로 여전히 낮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 기준 161.1%를 넘어섰다. 1년간 처분할 수 있는 돈으로 빚을 다 갚아도 모자란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출금리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일만 남아있다. 당장 30일 열리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앞으로 2~3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국내 대출금리는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최고 5%대에 육박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소득이 그만큼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의 이자부담만 가중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빚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될 우려가 크다.
취약차주가 받은 대출 규모는 지난 2분기 기준 85조1000억원으로 지난 2015년말(73조5000억원)에 비해 11조6000억원 불어난 상황이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이거나 저신용(신용 7~10등급)에 속해있는 차주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취약차주의 경우 금리인상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분석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상환부담 추산'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상환액 비율이 소득 5분위 가구(상위 20%)는 1.6%p 오르는 데에 반해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는 5.8%p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미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상당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가계부채 총액이 크게 증가했으나 최근 금리인상 기조로 가계부채 이자상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자부담이 가계 특성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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