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2011년 이후 4년 연속 적자에서 허덕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이라는 반전을 기록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한 결과다.
자회사 보유지분은 장부가액으로 평가받지만 관계사가 될 경우 공정가액(시장가액)으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증선위는 일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를 설립 당시인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합작상대방인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가진 권한이나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단독지배(종속회사)가 아닌 공동지배(관계회사) 관계였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이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며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지분평가 차익을 거둔 것은 의도적인 분식회계라고 결론내렸다.
만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다면 바이오에피스의 계속된 적자와 콜옵션 부채 인식 등으로 2015년에는 재무제표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지배력 변경을 명분으로 내세워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자산·부채 및 자기자본을 고의로 과대계상했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과징금 80억원 부과도 의결했다.
이번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가 즉시 정지됐으며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도 받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며 "증선위가 오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고의에 의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 뿐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고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며 "증선위의 오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향후 법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012~2014년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한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의적 분식회계 판단이 내려진 2015년 회계처리의 경우도 당시 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신약이 판매승인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지분가치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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