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 신문, 6일 최태원 회장 단독 인터뷰 보도
"SK그룹, 에너지와 통신 융합 '에너지 솔루션'에 기대"
"독단적 결정 아닌 코치 역할…회장 역할은 사람 기르기"
닛케이 "최 회장, 카리스마 경영 아닌 합의의 경영 추구"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와 IT 융합으로 탄생할 '에너지 솔루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6일 최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최 회장이 일본 언론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6~7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열리는 '제20회 닛케이포럼 세계 경영자회의'에 연사로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연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현재의 관심사는 '고객'과 '기술' 두 가지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누구나 '고객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다들 고객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의 고객뿐 아니라 잠재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성장은 그러한 세심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술이 없으면 제휴를 해서라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객을 알기 위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필요 시 인수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국내 경비보안업체 ADT캡스 인수건 또한 고객 데이터 분석으로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차원에서는 에너지와 통신을 융합한 '에너지 솔루션'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는 에너지, 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융합한 '에너지 솔루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자동차와 가정 모두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힘을 모아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룹 방향성을 정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물론 의견은 내지만 '뭐 하고 있나? 바꿔라'는 식은 안 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이어 "각 사가 스스로 생각해서 투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나는 경영자에게 '당신 회사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코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사람 기르기'에 투자하고 있다. 강의를 하거나 젊은 직원들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재벌기업의 '하향식 경영'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는 "명령하지 않고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고(故)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져 오는 SK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룹 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일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내부에서 세미나, 포럼을 열고 외부 전문가도 초빙해 꼼꼼하게 논의한다"며 "내 앞이라고 해서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닛케이 신문은 "최태원 회장은 카리스마 경영(오너의 상명하달 경영방식)과는 선을 그었다"며 "직원들의 자율을 존중하고 논의를 거듭해 결론을 내는 '합의'의 경영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SK그룹이 반도체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며 "'합의'의 경영으로 과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최 회장의 수완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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