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는 2016년 12월 유지숙 서도소리 명창의 주도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두 번째 무대를 맞이하는 올해는 새로운 북녘의 토속민요 30여곡을 준비했다.
함경도 '삼삼이 소리', 평안북도 '베틀소리'와 '발 엮는 소리', 남포시의 '물 푸는 소리' 등 북녘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 노래들을 선보인다. 또 '쇠스랑 소리' '보리쌀 쓿는 소리' '도리깨 소리' 등 이제는 한반도에서 듣기 어려워진 노래도 만날 수 있다.
서도소리는 묵직한 아름다움과 처연한 감수성의 명창들을 위한 노래다. 반면 북녘의 토속민요는 노동과 일상, 기쁨과 애환을 담고 있는 서민의 노래다. 민요의 소박한 멜로디와 솔직한 가사가 친근하다. 다 같이 부르는 후렴에는 힘찬 가락이 담겼다.
공연에는 유지숙 명창과 젊은 서도소리 예인들이 대거 참가한다. 장효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을 비롯해 김유리, 류지선, 김무빈 등 최근 서도소리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젊은 여성명창들이다. 김지원, 김태환 등 굵직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량의 남성 소리꾼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 주최·주관사인 저스트뮤직은 "이들은 모두 향두계놀이보존회의 이수자 또는 전수자이자 유지숙 명창의 제자로 북녘 토속민요를 수년간 공연해왔다"고 소개했다.
'감내기' '산타령' '볏단 묶는 소리' 등의 노래들은 독창으로 들려준다. '무농부가' '절구질소리' '가래질소리' 등의 노래들은 젊은 소리꾼들이 서로 주고받는다.
공연 외에도 다각적으로 북한 토속민요를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된다. 김보희 동북아 음악연구소 부소장, 이현주 남북문화연구소 소장, 배인교 경인대학교 한국공연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등이 북한의 음악정책과 토속민요에 대한 개괄적인 연구논문들을 발표한다. 학술대회는 내년 가을로 계획 중이다. 올해 안에 논문집으로 발표한다.
유지숙 명창과 제자들, 향두계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녹음한 40여곡의 북한 토속민요 음원도 소개된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노래들 외에도 김칠성, 오복녀 명창을 통해 유 명창에게 전수된 '호무가' '호무타령' 등도 음원에 포함된다. 무대에 오르고 녹음된 노래들을 포함해 100여곡의 북한 토속민요가 악보로 정리, 출간될 예정이다.
유지숙 명창은 "악보만 남아있는 곡들을 서도소리 시김새와 멋으로 불러내 혼을 불어넣는 일 등이 쉽지 않았지만, 올해 목표로 한 40여곡 녹음을 마치고 보니 힘든 작업이었지만,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유지숙 명창은 토속민요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북(평양) 출생으로 남에서 서도소리를 계승한 오복녀(1913~2001) 명창의 제자다. 스승의 뜻을 받들어 국가무형문화재 제 29호 서도소리의 전수조교,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악장,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향두계놀이보존회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1997년 음반 '유지숙의 서도소리'에 빅터유성기 음반에 담겨 전해지던 월북한 김진명 서도소리 명창의 '야월선유가'를 재녹음, 수록한 것이 북녘의 다양한 노래들을 되살리는 작업의 출발이었다.
2015년 라디오 프랑스에서 출시한 음반 '북한의 전통민요'(Corée du Nord: chants traditionnels)로 국제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잔칫집에서 불리던 흥겨운 즉흥선율이 푸짐한 '닐리리 타령' 등 북한의 민요들이 세계의 주요 음반매장에 유통됐다. 아이튠스나 아마존에서도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됐다.
'북녘 땅에 두고 온 노래 Ⅱ'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후원한다. 무료공연이지만,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사전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010-9744-7090
유지숙 명창은 "토속민요가 통속민요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명과도 같은 사명감과 의지로 이 일을 하고 있다.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나가야 하고, 사라지는 소리들은 복원해 다듬고 만지는 것, 둘 다 쉽지는 않으나 역사를 잇는 일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수많은 곡들을 재현해 내고 나아가 훌륭한 서도소리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가꿔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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