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 고통 받던 10대 고려인 유학생에 온정의 손길

기사등록 2018/10/09 10:19:30

카자흐스탄 출신 유학생, 500만원 수술비 마련 '막막'

딱한 사정 전해 들은 '순천우리병원', 전액 무료 수술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전남 순천시 순천공업고등학교(교장 최종열)에서 유학 중인 카자흐스탄 출신 등 고려인 후세들이 한국문화체험 중 단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3년 전부터 순천공고 자동차학과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 블라디 슬라브(18·왼쪽끝 원안)군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수술비 500만 원 마련이 어려웠으나 순천우리병원의 무료 수술로 위기를 넘겼다. 2018.10.09. (사진=독자 제공) kim@newsis.com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허리 통증 수술비 마련이 막막해 학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였던 고려인 후세 유학생이 순천의 한 병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카자흐스탄에서 3년 전 한국으로 와 순천공업고등학교(교장 최종열) 자동차학과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 블라디 슬라브(18)군은 졸업을 눈앞에 둔 꿈에 부푼 청년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한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성실한 모범생으로 학업에 열중했던 김 군이 갑자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본 이 학교 외국인 유학생 담당 신경란 교사는 김 군과 상담하면서 "몸이 불편하냐"고 물었고, 김 군은 "갑자기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학교 보건 교사도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빨리 정형외과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군은 최근 순천의 한 병원에 가서 MRI 등 정밀진단을 받았으며, 허리디스크(허리뼈추간판탈출증)라는 진단결과와 함께 수술이 불가피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전문의의 권고를 들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병원이 제시한 500만 원 상당의 수술비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신 교사 또한 병원 상담직원에게 하소연해 보기도 했으나 즉시 답변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도 김 군을 돕고 싶었던 신 교사는 카자흐스탄 의료 봉사 중 학생들을 한국 땅에서 유학할 수 있도록 힘을 써준 양한모 함평학다리고등학교 이사장에게 딱한 사연을 전했다.

 양 이사장은 즉시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김인영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김 군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들은 순천우리병원은 500만 원 상당의 수술비 전액을 지원하는 무료 수술을 결정했다.

 이렇게 여러 명의 도움에 힘입어 김 군은 8일 오전 순천우리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회복 중이다.

 신 교사는 "김 군의 수술은 잘 됐으며 남은 치료를 잘 마치면 학업과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면서 "자칫 타지에서 건강을 잃고 부모 곁으로 돌아갈 뻔한 젊은 유학생이 따뜻한 도움과 병원 측의 배려 덕분에 좋은 기억을 갖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앞서 순천공업고등학교에는 김 군 등 11명의 카자흐스탄 유학생이 자동차와 전기에 대해서 유학하고 있다.

 졸업을 앞둔 3학년은 모두 6명으로 자동차학과 4명, 전기과 2명으로 나뉜다. 나머지 2학년 4명, 1학년 1명 등이 고국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기술을 익히고 있다. 3학년 1학기 때 기능사 자격증을 전원 취득할 정도로 학업 열기를 불태우며 학교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전라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유학생들로 카자흐스탄에서 엄정한 선발 과정을 거친 소수의 학생이 매년 도내 고등학교에 배치된다.

 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