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일 끝난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4패에 그쳤다. 태국과의 1차전 패배로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아제르바이잔, 미국, 러시아에 연거푸 졌다.
최종전에서 약체 트리니다드토바고를 꺾었지만 조 4위까지 주어지는 2라운드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양효진(현대건설), 이소영(GS칼텍스), 이재영(흥국생명) 등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차 감독은 “갑자기 세 선수가 다치는 바람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 부상도 감독의 책임이지만 3명이 다치는 것은 흔치 않다. 같은 자리 2명의 선수(이소영, 이재영)가 다쳐 정말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세 선수의 이탈은 전체적인 밸런스의 붕괴로 이어졌다. 엔트리에는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보이지 않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 고교생 트리오를 데려간 것은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 됐다. 아직 프로에도 뛰어들지 않은 박은진(선명여고), 이주아(원곡고), 정호영(선명여고)은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견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뛰는 선수들만 계속 코트를 누비면서 주전들은 엄청난 체력 부담 속에 대회를 치러야했다.
차 감독은 “고교생 선수들 선발로 내가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는데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좋은 선수가 시합할 수 있도록 돕겠다.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양효진과 김수지 다음으로 (센터들을) 몇몇 추리면 신장이 182~183㎝ 정도다. 국내에서는 가능한데 외국에 나가면 198㎝짜리 선수와 붙어야 한다”면서 “한국에서 키 큰 선수가 없으니 이 선수들을 (대표팀에 선발해) 꼭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이 선수들이 언니들을 도울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것은 내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뽑힌 고교생 3명은 한국에서 같은 타이밍에 함께 나오기 힘든 좋은 선수들”이라면서 특히 정호영을 두고 “연습 때 잘한다. (김)연경이 때린 공이 호영의 손에 떨어지기도 한다. 연경이 페인트를 넣거나 밀어칠 때도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18년 일정을 모두 마쳤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5승10패로 16개 팀 중 12위에 머물렀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야심차게 한 해를 출발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차 감독은 올해를 거울 삼아 내년에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원하는 배구를 선수들이 50~60%는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서로 잘 알고 있으니 그 다음 연습부터는 더욱 (습득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면서 “V-리그를 통해 좋은 선수들을 뽑아 꼭 도쿄올림픽 티켓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hjk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