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기학술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미국과 북한은 지난 70년간 적대관계를 계속해 오며 서로에게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 차례의 정상회담과 몇 차례의 고위급회담만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중요한 것은 다방면적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간 관계개선, 대북 안전보장, 북한 비핵화를 위한 동시행동이 필요하다"며 "과거 남북관계사에서 보듯이 한국이나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협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파기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났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시간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연성균형과 경성균형 방식의 배합을 통한 포괄적 안보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북미 외교 관계 수립이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넘어 한미 군사연습의 조정과 군사적 신뢰 구축 등 긴장 완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한 배경에는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는 만큼, 안전보장 조치뿐 아니라 제재 해제와 에너지·경제 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상응조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또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안전보장 조치들이 쉽게 돌이킬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은 조약 방식을 통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요한 비핵화를 2년 반 안에 이행완료하기 위해서는 협상의제를 확대하지 말고 핵무기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핵 시설은 동결조치를 하고,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그리고 인권문제 등은 필요시 남·북·일이 대화로 풀어나가도록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아무리 철저한 검증 방안을 마련해 놓는다고 해도 북미 간 신뢰가 없다면 북한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라도 비핵화 과정과 함께 북미관계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미가 중심이 된 비핵화 협상도 후퇴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북한은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성공적'으로 종료하고, 경제 총력집중 노선을 천명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비핵화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강경노선을 다시 채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상근 전략연 부연구위원은 이날 '김정은 정권의 대외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북한은 경제, 대외관계, 안보 등 여러 대내외적 요건이 (노선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환했기 때문에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전환 이후 얻은 이익이 적지 않다"며 고 평가했다.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가 손해 보는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또한 "만약 이걸 포기했을 때 후과도 클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좋아진 것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가 흐트러지면 지금 같은 북중 관계 유지 어려울 것이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벌어져도 핵실험이나 장거리 발사 등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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