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노순택(47)의 '핏빛 파란-블러디 분단 블루스(Bloody Bundan Blues)' 전시가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인 광주시립사진전시관에서 개막했다. 2018 광주비엔날레를 맞이해 광주시립미술관이 특별 기획했다.
노순택은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다. 사진 부문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4)에 선정된 작가이기도 하다.
작업을 시작한 이래 작가의 관심사는 늘상 분단의 작동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분단의 작동과 오작동, 분단체제의 정교함과 어설픔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분단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은, '나는 누구이며, 너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만큼이나 존재론적인 질문인지 모른다. 분단의 어떤 풍경은 가시적이고, 어떤 풍경은 비가시적이다.
제1장 ‘펼쳐들다’는 북한사회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의 일단을 제시한다. 일사불란하고 화려한 단결이 춤을 춘다. 북조선식 종합예술의 긍지와 신념, 경이가 펼쳐진다. 부제를 ‘질서의 이면’이라고 붙였는데, 그것은 숨은 그림 찾기로 드러나는가 하면, 모습을 저 너머에 감추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사진은 질서의 표면을, 그것도 매우 협소하게 보여주므로, 이면을 읽어내는 건 관람객의 몫이다.
2장 ‘스며들다-배타와 흡인’은 북한이라는 공간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곳을 탐색하는 남한인들의 풍경을 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 남북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숱한 이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장 발 딛기 어려운 곳이다.
3장 ‘말려들다’는 북한이라는 거대상징이 남한에서 어떻게 재현, 제시되었는가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북한은 남한에서 빨갱이 괴물 전쟁광 흡혈귀로 재현돼 왔다. 벌건 대낮 서울시청광장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형상화한 인형의 모가지가 잘리고 인공기와 함께 화염에 휩싸이는 풍경은 어딘지 끔찍하지만 낯설지 않다.
또한 속칭 ‘삐라’ 살포 현장을 포착해 남북한 선전전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데마고기’ , 보수 우익 단체 시위 현장 사진을 통해 진정한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는 ‘애국의 길’ , 분단 이래 분단 관련 사건을 빼곡히 적어놓은 달력인 ‘분단인 달력’ , 중국에서 북한 접경지역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들로 이뤄진 ‘분단인 멀미’ ,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 우리가 진정으로 분노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하는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와 ‘가면의 천안함’ 연작도 전시한다.
사진 전문 독립 큐레이터인 최연하 평론가는 “‘성실’한 사진가 노순택이 분단 이후 ‘실성’한 시대상을 ‘넝마주이’처럼 수집한 장면들은 사진의 형식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에 의해 표상된 우리 시대의 역사적 삶과 실제 상황에 대한 상호 교차적 통찰을 하게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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