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쏘카 대표로 경영 복귀…"모빌리티 분야 지속가능성 위해 복귀"
기재부 혁신성장본부장 맡아…"혁신업계 이야기 정부에 전달할 것"
"현재 '데드락' 상황 풀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 통해 규칙 만들어야"
'새로운 규칙'은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가 '꽂힌' 단어다.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 때문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서로 합의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수동 쏘카 사무실에서 이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의 혁신기업 토양과 모빌리티 분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쏘카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대표로 전면에 나선 건 10여년 만이다. 우버 같은 카셰어링, 카헤일링이 대세가 된 지금 국내 카풀업체 풀러스는 규제에 못 이겨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국내 카셰어링 업체의 대표격인 쏘카로 복귀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쏘카는 이미 창업 당시부터 저희 회사에 있던 팀이 나와서 만들었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쏘카에 복귀하게 된 건 대단히 빠르게 성장하는 모빌리티 분야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표로 전면에 나선 후 이 대표의 행보는 적극적이다. 커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비트윈을 개발한 VCNC를 인수했고 자율주행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최근에는 민관을 연결하는 중계자 역할도 맡았다. 기획재정부의 혁신성장본부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이 대표를 혁신성장본부장에 임명하면서 "혁신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혁신성장본부에 전달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혁신에 대한 의지는 강하게 있는 것 같은데 방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본부장 자리를 맡기면서 요청한 것 역시 산업, 혁신 쪽 이야기를 많이 들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혁신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고 기업가 입장에서 혁신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이나 규칙을 만드는 데 제안을 하는 거죠."
일각에서는 카셰어링이나 카헤일링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의 성장을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섣불리 정부의 규제만 탓할 수만은 없단 게 그의 생각이다. 사회 분위기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침체돼 있다는 것이다.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출퇴근 시간 외에는 카풀을 이용할 수조차 없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심한 탓에 출퇴근 시간 외 카풀은 여전히 불법이다.
이 대표가 기재부의 혁신성장본부장을 맡자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카풀이 확산되면 택시 승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 택시기사 등 일부 기득권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벤처 1세대인 이 대표가 바라보는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 그는 혁신의 반대축에 기존의 택시업자나 숙박업자가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택시기사분들이나 기존에 숙박업을 하시는 분들이 이해관계자인데 과연 이 분들이 정말 우리 사회의 충분한 기득권인가요?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거든요. 혁신이란 건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바꾸는 거예요. 기존 시스템 입장에서는 일종의 박탈감을 느끼고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이 분들까지 모두 포용하고 가는 게 그야말로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금 사회가 혁신은 가로막힌 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종의 '데드락(Dead Lock·교착)' 상태라고 본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자신의 것은 조금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상황에서는 다 같이 공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 사회가 새롭게 합의하지 않고 기존의 이해관계자 모두 손해를 보지 않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른바 데드락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어떻게 지원하고 구제할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가 새로운 규칙을 역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데드락을 풀기 위해 우선 합의를 통해 규칙을 마련하고 싸움의 장에 들어서자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결국 자율주행시대가 오고 택시기사가 모두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걸 택시기사들도 모르지 않아요. 하지만 당장 쥐고 있는 것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거죠."
혁신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여기서 생기는 수익을 나눠갖는 것. 이 대표가 생각하는 '혁신성장'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결국 소유보다는 공유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거예요. 공유의 시대가 오면 자연히 시장의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모빌리티 시장은 2배 넘게 커질 거예요. 이를 테면 규모가 커진 시장에서 나오는 새로운 수익들로 기존 택시업계를 지원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겠죠."
"업계 전반을 보면 우리는 혁신기업이 없는 상황이죠. 앞으로 3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력, 기업가, 사회적 규칙 모두 필요한 상황인데 지금 준비하지 못하면 나중에 그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자율주행시대가 더욱 촉진되고 우버, 리프트 같은 회사들은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겠죠."
골든타임 3년을 착실히 준비하면 중국의 디디추싱이나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카셰어링 분야 선두업체를 따라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시장에서 규제를 잘 풀어내고 새로운 판을 잘 짜면 우리가 라이드헤일링이나 라이드셰어링 분야에서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동남아시아와 비교도 되지 않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그런 기업이 나오지 않겠죠."
우리는 혁신에 앞서 규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우버나 디디추싱은 반대의 상황이다. 이들은 이미 사업을 시작한 후 터진 갈등이나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곳들도 처음에는 모두 허용했지만 최근 부작용이 심해지다보니 지금 다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거든요. 먼저 이 규칙과 합의를 만들고 시작하는 게 오히려 더욱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선후관계를 바꿔 선제적으로 새로운 규칙에 합의하고 시작하면 앞으로 몇년간 더욱 빠르게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도 결국 혁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로 집을 공유할 경우 1년에 400만원 가까운 수입이 생긴다고 해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에어비앤비가 아니었다면 벌 수 없는 추가수익이죠. 우버 직원이 현재 1만6000명이라고 해요. 1만6000명 만큼의 추가 일자리가 생긴 거죠. 혁신기업과 공유경제가 기존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고 새로운 걸 창출한다고 봐야 합니다."
모빌리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소유에서 공유로 트렌드가 옮겨가 모빌리티 시장 자체가 커지면 그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현재 달리는 승용차가 1700만대인데 승용차 한 대를 운영하는 데 연 평균 100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합니다. 승용차가 10%만 줄어도 17조원의 새로운 가처분소득이 이동 관련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겠죠. 이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일자리만 몇 십만 개 이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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