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이 단지 안타깝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한 작업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이고,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고 경쟁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 타의에 의해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안타깝다.
안정된 사회가 되려면 각 개체가 튼튼해야 한다고 본다. 열심히 일하며 남의 눈치 안 보고 살고자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행복이 보장되는 복지사회를 꿈꾼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사진에 국한하지 않고 생생하고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도 담았다. 사진과 함께 44명의 자영업자가 참여한 영상을 전시한다. 이들은 격앙되거나 흥분하지 않았지만 현실의 모습을 맨몸으로 보여준다.
임대차 계약 기간인 5년 동안 장사가 잘 되고 사람이 모여들면 땅값이 오르고, 그러면 집주인은 공간을 내놓는다며 나가라고 한다.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되면 비싼 인테리어 비용과 권리금을 까먹고 파산을 하게 된다는 서울 경리단길 우동집 상인의 말에서 자영업자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오전 10시부터 일하다가 새벽 1시에 들어가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지 않으며 장사를 한다.
'장사를 안 하는 것이 남는다'는 생각을 하게 할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오늘도 문을 닫지 못하고 손해를 보며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패를 보는 서민들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은 자영업자 개인의 노력이나 운에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이며 그동안 위정자들의 안일한 대처와 대기업의 동네상권 침투 등 수 많은 경영 횡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업을 단순히 힘든 삶의 현장 기록이기에 앞서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고민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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