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경찰·서울대 조사결과 주시"
의혹 터진 후 첫 거래일 15% 급락 마감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언론은 지난 8일자로 김진수 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서울대 재직 시절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고 기술 개발을 했음에도 수천억대 가치를 가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민간 기업 '툴젠'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서울대의 부실한 특허 관리 체계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 9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예비감사 후 특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학교의 권리가 침해당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필요한 형·민사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해 6월 관련 연구원의 민원을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종문 툴젠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툴젠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툴젠은 정당하고 적법한 계약에 근거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에 대한 권리를 이전받았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토퍼 유전자 가위는 질병 유전자를 마음대로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효소 단백질로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를 포함해 미국 하버드대 등 5개 연구 그룹이 각각 2012년 거의 동시에 개발했다. 암·에이즈 등 난치병 치료, 멸종 위기 농작물의 종자개량 등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혁신적인 기술로 기대됐다. 김 전 교수가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아시아 스타 과학자 10인'에 뽑힌 것은 이러한 배경이다.
툴젠의 이번 특허 탈취 의혹으로 코스닥 상장 절차는 속도를 내기 힘들게 됐다. 앞서 코넥스 시가총액 1위 툴젠은 지난달 17일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기 위해 테슬라 상장 요건으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신청했다. 동시에 카페24에 이어 테슬라 상장 2호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특허 논란으로 복병을 만났다. 특허 빼돌리기 논란이 갈피를 잡을 때까지 툴젠의 이전상장 심사 절차는 사실상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툴젠의 특허 의혹은 기업의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시하고 있다"며 "상장 심사 보류 혹 중단 등의 결정은 경찰 수사 상황과 서울대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툴젠은 앞서 2차례 상장 시도에서 미끄러진 바 있다. 2015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탈락했다. 툴젠의 최대주주와 2대 주주간 지분 격차가 크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고 핵심 기술인 유전자가위의 특허권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후 툴젠은 2대주주의 지분을 청산, 지분 일부를 사들였고 2016년 3월 다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또다시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특허권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당시 툴젠은 이의신청을 냈지만 심사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다.
이번에 세번째 상장 도전을 위해 툴젠은 특허 문제를 완료했다는 입장이었다. 툴젠은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해 2016년 한국 특허를 등록했고 호주 특허도 승인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2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된 파생 특허를 국내에 등록한 데 이어 12월에는 독일 실용신안 2건을 등록했다. 이후 올해 7월에는 유럽 특허가 등록됐다. 상장주관사도 하나금융투자에서 한국투자증권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번 특허 탈취 의혹으로 특허 문제가 다시 원점이 됐다.
한편 특허 가로채기 논란이 불거지고 난 후 첫 거래일인 이날 툴젠은 코텍스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만8800원(14.99%) 급락한 10만66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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