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AI 전략 엇갈려…주도권 누가 잡을까

기사등록 2018/09/09 06:21:00

삼성전자, 자체 플랫폼 '빅스비' 앞세워 주도권 지킨다

LG전자, 구글·아마존과 협력…열린 생태계 구축 '복안'

4차 산업혁명 두뇌 장악한 구글·아마존 종속 문제 대두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삼성전자 홈 IoT & 빅스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와 '삼성 홈 IoT'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외 18년형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빅스비'를 적용했으며 향후 오븐과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제품군에도 음성인식 기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8.05.1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엇갈려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로 두 회사의 가전, 모바일, 로봇 등 모든 하드웨어 사업을 관통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AI 사업과 관련해 삼성은 자체 플랫폼 확보에, LG는 외부와 자유로이 협업하는 개방형 플랫폼에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가 자사 AI 플랫폼 '빅스비'를 앞세워 주도권 지키기에 나섰다면 LG전자는 자체 AI 플랫폼인 '딥씽큐'를 갖고 있으면서도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을 탑재하는 실리를 택했다.

사용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보인다는 가치는 같지만 제품에 들어가는 AI를 구축하는 과정에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빅스비 단독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학습량을 늘리고 데이터를 축적해 말을 알아드는 음성 인식률을 높이는 등 강력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빅스비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서비스만 가능하다.

또 연말에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가 빅스비를 서비스 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공개, 자체 생태계도 확장할 방침이다.

삼성은 매년 전 세계에 5억 대씩 팔려나가는 디바이스(기기)가 무기라며 하드웨어에 맞는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구글, 아마존 등) 경쟁사가 AI 스피커를 잇달아 출시하는 것도 돈이 돼서가 아니라 음성을 인식할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스마트폰, TV, 가전까지 연간 5억 대의 기기를 이미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성 인식 기술력과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이 AI 전쟁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LG전자는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 혜택을 빨리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단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검색'에, 아마존 알렉사는 '쇼핑'에 특화돼 있는 것처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적용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열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타사 AI 플랫폼을 함께 탑재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 TV 등에 적용하는 독자 운영체제인 '웹OS'도 개방해 다른 브랜드 가전제품과의 호환도 가능하다.

구글 아마존과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속 문제'에 대해서는 "LG전자가 가진 하드웨어에 충분히 강점이 있다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체와도 충분히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회사 관계자가 전했다.

업계는 두 회사가 AI에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해당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사용자정보)의 차이에서 찾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4억대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판매해 매년 막대한 데이터가 쌓였지만, LG전자는 모바일 기기 사업이 부진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삼성전자도 결국엔 구글 등과 협업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삼성도 빅스비 체제를 구축한다고 해서 구글, 아마존 등과 협업할 가능성을 아예 닫아둔 것은 아니라고 시사했다.

김 사장은 "오히려 AI 플랫폼 간의 협력 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삼성 제품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힘이 없으면 구글에 종속되겠지만 우리가 힘이 있다면 빅스비를 통해 구글이 가진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빅스비의 브랜드파워를 높여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운영체제(OS)를 만든 구글에 종속당했던 전례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문제는 시점과 방식인데 삼성이 홀로서기가 가능한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 시각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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