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주듯…'양승태 비자금' 법원장 회의 소집해 뿌렸다

기사등록 2018/09/04 22:51:39 최종수정 2018/09/05 01:01:27

2015년 한해만 3억5000만원 비자금 조성 정황

대법원, 일선 공보관실 예산 현금화 뒤 금고 보관

'고위 법관 격려금' 2억7200만원 용처 오리무중

나머지 7800만원은 행정처 판사들이 나눠 가져

2016년 감사원 지적 당시에는 일부 금액만 밝혀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양승태 행정처'가 지난 2015년 수억원대 부외자금을 조성한 뒤 법원장 공식회의 석상에서 일선 법원장들에게 돈봉투로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양승태 행정처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3억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일선 공보관실에서 사무실 운영비를 가짜로 청구해 현금화한 돈이 인편을 통해 행정처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보관실 운영비는 기타운영비 예산 중 일반재판 운영지원비에 속하는 세부 항목 중 하나다.

 전국 상당수 법원에서 모인 자금은 전부 현금화 된 뒤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하고 예산담당관이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예산 가운데 2억7200만원은 '고위법관 대외활동비 내지 격려금'으로 지급됐다.

 이 금액 중 상당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소집한 법원장회의에서 일선 법원장들에게 현금을 담은 봉투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양승태 행정처가 의욕적으로 상고법원을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일선 법원장 등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을 받아 상고법원 로비용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문제가 된 돈이 A목적으로 편성된 예산을 B목적으로 사용하는 '예산 전용'과 달리 '부외자금' 성격을 갖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외활동비 지급대상자였던 일선 법원장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나머지 7800만원의 경우 대법원 공보관실에서 사용한 것처럼 처리한 뒤 행정처에서 근무하는 판사 9명이 매월 각각 40만~100만원씩 나눠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감사원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해 주의 요구를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앞으로 기타운영비에 편성된 예산을 집행할 때에는 개인에게 현금으로 정액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예산 집행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주의를 준 바 있다.

 국고금관리법시행령 등에 따르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경비는 ▲일직·숙직비 ▲과운영비 ▲조직 또는 기관을 대표해 행하는 소속 직원 및 업무 관련자에 대한 축의·조의금으로 제한돼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위 법관들의 대외활동비나 격려비라고는 하지만 증빙을 받지 않고는 어떤 용도로 썼는지 썼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일반 기업이 조성하는) 부외자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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