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방탄 법원'…사법농단 영장 90% 퇴짜 놨다

기사등록 2018/09/03 15:35:16

검찰, 거듭 기각에 "법원이 수사 지휘 하나"

일부 판사 수차례 소환 조사해 진술 확보

영장 재청구 위해 추가 임의 제출도 요구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수사 압수수색 영장을 두고 검찰과 법원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소환 조사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의혹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가 이 사건 수사 이래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208건에 이른다. 하지만 법원은 수사 핵심인 행정처를 상대로 청구한 영장 50건을 모두 기각하는 등 단 23건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10건 중 9건이 기각된 것이다. 이는 일반 사건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2017년 사법연감' 기준 2016년 압수수색 영장은 10건 중 1건만 기각돼 발부율 89.2%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기각 사법농단 영장 기각 사유는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에서 '임의 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 '혐의 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가 존재한다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압수수색에 앞서 먼저 소환조사나 임의 제출을 요구하라', '사실 관계를 다투지 않을 것' 등으로 구체화했다.

 검찰은 기각된 영장 대상과 사유 등을 공개하며 연일 법원을 압박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에도 검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송 개입 의혹 물증을 찾기 위해 청구한 고영한 전 대법관, 고용노동부 상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법원이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고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다투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던 현직 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부인하는 등 예단과 추측으로 영장이 기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 이유를 찾느라 골몰하고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거듭된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수사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압수수색을 통한 물증 확보는 물론이고, 영장 기각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 관계자 진술마저 받아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제한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과 이를 토대로 한 소환 조사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미 복수의 판사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았고, 검찰 조사에서 '윗선'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 일부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임의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추가로 보내는 등 법원의 기각 사유를 '지워가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행정처를 통한 임의 제출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명백한 거부 의사를 확인한 뒤 재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힘들겠지만 진실 규명이 안 되는 게 아니다. 조금씩 수사 진전이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역량이 투입되겠지만, 결국은 진실 규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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