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구하려면 기본 1억~2억, 청년층 감당 힘들어
임대료가 소득 절반 차지하는 청년, 4명 중 1명 꼴
강남에 이어 강북 집값까지 들썩이면서 청년들이 서울에서 거주하기가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0.57% 올라 지난 2월 첫째 주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구(0.37%), 종로(0.36%), 강동(0.26%), 강북(0.26%) 등 전세가격도 덩달아 오르며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은 커녕 서울에 전셋집을 구하기도 힘겨워졌다.
회사원 유도균(27)씨도 송파구 오피스텔에 보증금 1500만원, 월세 65만원을 내고 거주하고 있다. 유씨는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면 보증금 1억~2억은 기본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만한 돈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청년들이 서울에 살면 월급의 상당부분을 월세로 내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게 된다"고 말했다.
유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신축도 아니고 주거환경이 좋은 편도 아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헐어 주거비에 털어넣지만 주거 만족도도 바닥이다. 그는 "서울에는 살만한 집이 생각보다 없고 통근할 만한 거리에 있는 왕십리, 충정로, 송파, 양재, 신림, 마포 등은 비싸다"며 "심지어 금융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불법 증축된 원룸에 사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토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청년가구(가구주 연령 만 20~34세) 가운데 임대료부담과다 가구 규모는 26.3%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부담과다 가구는 임대료가 소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가구를 의미한다.청년 4명 중 1명이 높은 임대료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이중 절반 이상인 69%가 월세를 내며 산다.
서울 입성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안양에 사는 김모(27)씨는 "용인에서 40평 아파트에 살던 친구가 잠실 15평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전기가 자주 나간다고 하더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싶지 않아 서울로 갈 생각은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자취하려고 알아봤는데 보증금도 너무 비싸고 월세로 들어가면 월급의 반 이상이 나간다"며 "서울에서 사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거 관련 금융지원 정책을 찾아보는 청년들도 많지만 수혜자는 적다. 인천에 사는 윤모(28)씨는 최근 회사와 가까운 동대문구 회기동에 보증금 1000만원,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 50만~60만원 짜리 집을 구했다. 월세를 내면 돈을 모으지 못할 것 같아 처음에는 정부의 전세지원제도를 찾아봤다. 하지만 지원 요건이 생각보다 엄격해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청년가구 중 임대료부담과다 가구의 31.1%가 월세 보조금 지원, 27.8%가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바랐으나 실제 주거지원 프로그램 이용률은 6.5%에 머물렀다. 청년 대부분이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나 전세자금 지원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28)씨는 "전세금을 낼 정도로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기준 제한에 걸려서 혜택도 없고 그렇다고 내 돈 모아서 서울에 집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정책을 뒤져봐도 신혼부부가 아니면 사실상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나 같은 청년들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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