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종합대회에서 첫 메달
카누·조정·여자농구 등에서 금 1·은 1·동 2
북한에 2020 도쿄올림픽 단일팀 결성 제안
한국 선수들 피해 안 주려면 장기적 계획 필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제종합대회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러 카누, 조정, 여자농구 3종목에서 다시 남북이 힘을 합쳤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첫 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특히 카누 용선 단일팀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종합대회에서 처음으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섰고, 한반도기가 가장 위에 걸렸다. 애국가를 대신해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남북이 하나가 된 순간이다. 용선 단일팀은 여자 200m와 남자 1000m에서도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아 득점왕 로숙영과 박지수의 호흡은 단연 돋보였다. 경기력 관점에서 보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살린 찰떡궁합으로 단일팀 구성의 의미를 두드러지게 했다.
관중석에서는 남과 북이 하나가 돼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단일팀이 아닌 한국 혹은 북한의 경기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불과 2년 전 2016 리우올림픽만 해도 많은 북한 선수들이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이 응했지만 형식적인 대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오강철의 지도자는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10여분 동안 '브리핑'을 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단일팀의 메달과 성적은 한국과 북한이 아닌 '코리아'의 것이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단일팀의 훈풍이 이어지면서 향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밖에 1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전국체육대회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2019)에 북한의 출전도 제안했다.
그러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나타났듯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대의를 이유로 일방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대회 초반에 나온 핸드볼 단일팀 구성의 경우, 한국과 북한의 실력 차가 너무 커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특히 한국 여자 핸드볼은 아시안게임 2연패, 통산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에 적수가 없다. 유럽 국가들과 대등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강하고, 약하고를 가리는 게 스포츠의 본질이다. 평화의 상징이라는 이유를 대며 '함께'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작 현장의 선수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일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당장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내년이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종목별 지역예선이 시작된다.
한국 선수들이 피땀 흘려 얻은 출전권에 북한 선수들이 무임승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스포츠계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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