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 국고채 금리, 일제히 연중 최저치

기사등록 2018/08/31 17:20:10

1~50년물 전 구간 연중 최저치 경신…3·5년물 하락 폭 특히 커

"고용 둔화 두드러져…대외 불확실성, 경기 하방리스크 자극"

"중기 관점서 장기 금리, 더 하락할 것…강세장 이어갈 가능성"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8.07.1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31일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금통위원 1명의 '인상' 소수의견이 이달에도 나왔지만 시장은 대내외 경기지표 하락에 따른 우려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4bp(1bp=0.01%p) 내린 연 1.916%에 거래됐다. 5년물은 6.6bp 하락, 2.113%에 종료해 하락 폭이 더 컸으며 1년물 역시 3.9bp 내린 1.768%에 장을 닫았다.

중·장기물의 경우 그 폭은 단기물보다 작았지만 모두 내렸다. 10년물이 연 2.311%로 5.6bp 내려 하락 폭이 가장 컸다. 20년물은 연 2.279%로 5.0bp 내렸으며 30년물은 3.8bp 하락한 2.260%, 50년물은 3.4bp 내린 2.195%를 각각 가리켰다.

지난해 11월 연 1.25%의 금리를 0.25%p 올렸던 금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지난달 예상과 달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기준금리는 결국 9개월째 1.50%에서 제자리에 머물게 됐다.

증권가에선 올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용, 투자 등 경제지표 부진과 더불어 체감경기 악화 등 한은이 금리 동결 요인으로 꼽은 경제 문제들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내 지표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우려, 터키발(發)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이날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증권사들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경기 하방리스크가 자극되고 있어 한은이 여건 변화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에서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고용 둔화가 두드러지게 확인되고 있다"며 "대외 여건이 대내 성장경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경기 하방리스크를 자극하고 있어 리스크가 하나씩 해소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도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확대되고 있고 하반기 국내 경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며 "한은이 3분기 이내에 금리 인상을 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소수의견을 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월과 동일한 상황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시장금리엔 하락 압력이 가해졌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는 확인됐으나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남은 금통위 이전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시화할 만한 상황 변화가 나타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유지되면 금리는 일시적으로 소폭 반등할 것을 예상했으나 숏커버링, 연내 인상 무산 해석 등 영향으로 금리는 다시 전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장기 금리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다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은 오는 4분기 인상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봤다. 남은 금통위가 예정된 10월 또는 11월 금리가 인상될 수 있지만 당분간 채권금리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지만 채권시장은 당분간 연내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쪽에 방점을 찍으며 강세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모두 하향할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경기 모멘텀 둔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영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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