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전문가 "교사·여학생 성관계 사건은 그루밍 성범죄"

기사등록 2018/08/31 14:28:17

피해자와 신뢰 쌓은 뒤 성적 학대

종속적 관계로 청소년 심각한 피해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광주에서 발생한 교사와 고1 여학생의 성관계 사건에 대해 청소년 성폭력 상담 전문가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청소년을 이용한 '그루밍(Grooming) 범죄'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31일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소에 따르면 그루밍은 '다듬다', '길들이다'라는 뜻으로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해 성적 학대가 쉽게 이뤄지도록 만드는 행위 전반을 의미한다.

 그루밍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피해자와 신뢰·지배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인정과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큰 아동·청소년일수록 그루밍을 거치며 가해자와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는 스스로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이 만13세 이하로 규정돼 있어 만13세 이상의 청소년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면 상대 남성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자인 고1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교사 A(36)씨도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B(16)양으로부터 호감을 사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먹을 것을 사주고 집에 바래다주거나 아프다고 하면 약을 사주기도 했다.

 또 B양에게 용돈을 주고 신용카드를 건네는 등 자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나갔다.

 B양은 A씨가 차량 안에서 기말고사 답안지를 주고 틀린 문제를 고치게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가벼운 신체접촉부터 한 뒤 점차 수위를 높여 나가 성관계를 맺었다.

 A씨는 이런 과정들을 평범한 연인들 사이에 있는 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B양은 처음 성관계 시도 당시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B양 가족은 부모가 이혼한 B양의 심리를 이용해 A씨가 신뢰를 쌓은 뒤 성관계를 맺은 것은 위력에 의한 강간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소 이현숙 소장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로 B양이 자기에게 잘해 주는 A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관계가 깨질 것을 우려해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그루밍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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