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금리인상, 신중할 수밖에…경기·물가·금융안정 고려"

기사등록 2018/08/31 13:59:14

"금리인상 때 놓쳤다? 연초부터 대외여건 불확실성 컸다…더 지켜봤어야"

"잠재수준 성장세, 물가 목표수준 도달땐 인상…금융안정상황도 유의"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실기론에 대해 각종 불확실성 탓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31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급속도로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상한 뒤 이날로 9개월째 동결했다.

그는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현실화됐고 4월에 가선 신흥국 금융불안이 터졌다. 6월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한층 심화됐다"며 "불확실성 전개방향을 더 지켜보고 신중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된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주진 않았다. 다만 금융안정 상황에 유의할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잠재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땐 완화 정도를 줄이겠다고 했던 스탠스에 변화가 없다"며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경기, 물가도 짚어보지만 금융안정 상황에 좀 더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7월 성장률 전망 경로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당장 고용지표가 나쁘고 소비자심리도 빠르게 꺾이고 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는 것 아닌가.

"성장, 물가 등 경제흐름에는 상방리스크와 하방리스크가 양방향으로 같이 존재하는 건 늘 있는 현상이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고용 부진은 하방리스크가 될 거다. 반면 상방리스크도 있다.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운용이나 주요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은 경기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겠다. 7월 전망에 비해선 하방이든 상방이든 불확실 정도가 더 커진 게 사실이고 어느 것이 더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올초부터 경기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란 게 전반적 예상이었다. 최근들어 경기가 어려워지니까 이럴거면 금리를 초반에 올렸어야 하는 게 아니냐, '금리인상 실기론'도 제기된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작년 11월에 금리를 올리고 그 후에 완화정도를 줄여나가겠단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언급은 했지만 그 이후 대내외여건, 특히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급속도로 커졌다.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현실화됐고 4월에 가선 신흥국 금융불안이 터졌다. 6월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한층 심화됐다. 연초부터 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확실성 전개방향을 더 지켜보고 신중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편인데 불구하고, 지난번 물가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기료 인하 외에 정부정책으로 물가압력을 낮출 요인이 있다고 보나.

"국제유가 상승은 분명히 물가를 올릴 요인이 되겠으나 지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 중반에 머무르는 건 아무래도 정부정책의 영향이 상당부분 컸다. 전기료 외에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가 적지 않았다.
전체 레벨은 낮아졌지만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유가와 환율 상승의 영향이 작용할 것이고, 기저효과까지 종합해서 보면 4분기에는 1%대 후반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물론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 영향으로 상승속도는 7월에 전망했던 것보단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전망에서 올해 취업자수가 18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의 고용지표 부진을 감안하면 하향 조정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7월달 취업자수 증가폭이 5000명에 그치면서 고용상황이 상당히 부진한걸로 볼 수 있다. 그 요인으로는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산업·인구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실적이 당초 예상을 밑돌기 때문에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7월달 전망했던 18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다. 구체적인 고용전망치는 다음 10월달 전망때 다시 제시하겠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은 한은이 언급하는 대외불확실성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 이슈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이어서 금리인상을 어렵게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신흥국 금융불안은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로 연결된다. 이 엇갈린 전망 중 한은 금통위는 어디에 더 무게를 두나.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런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향방과 전개속도에 따라서 적잖은 영향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겠다는 거다. 정책 결정 과정에 잘 반영해나가겠다."

-정부가 고용을 어느 때보다 강조한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고용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했나. 한은은 설립목표에 고용안정을 두는 것도 검토 중인데, 어떤 입장인가.

"고용은 정부정책 운용에 있어서나 앞으로의 경기 흐름 판단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그렇지만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의 고용은 직접적인 고려 대상이라기보단 그것이 어떻게 경기에 영향을 주는가하는 차원에서의 파악 대상이다.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회에서 고용안정을 한은 설립목적에 추가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고 일부 학자들도 주장을 한다. 그래서 그에 따른 입장을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여전히 고용을 설립목적에 두는 것에 대해선 대단히 조심스럽다."

-현재 일부 지표 둔화에도 향후 정책여력 확보를 위해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나.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의 언급은 질의답변 과정에서 하나의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단 취지의 발언이다. 고용을 비롯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고, 대내외 여건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다보니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앞으로의 경기가 지난 7월 전망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집값의 오름세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것이라 보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수급요인도 있고 일부지역의 개발 계획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 확산, 그리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마땅찮은 대체 투자처 등이 복합작용했다. 어느 요인이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물론 풍부한 유동성이 하나의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빠른 상승은 다른 여타 요인, 개발계획 같은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10월에 가서 성장률을 하향조정할 전망도 나온다. 하향조정하면서 동시에 기준금리는 인상할 수 있나.

"성장률 2.9%를 조정한다고 전제해서 말씀드릴순 없다. 조정여부는 더 두고 판단할 사항이다. 그러나 현단계로선 우리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흐름은 이어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물가도 점차 목표수준에 가까이 가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런 전망이 계속 유효한지를 점검하겠다."

-최근 금리정책에 대해 고용부진이나 집값 상승 등과 연결시키는 논리가 나온다. 이런 문제를 금리정책으로 해결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보나.

"통화정책이 주택가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냔 어려운 질문을 주셨다. 통화정책이란 건 기본적으로 성장,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화시키는 수단이다. 그래서 총공급 측면 또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과거 버냉키 의장이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듯 통화정책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고용부진이나 주택시장 과열 문제에 있어서 경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면 그와 관련된 부분은 통화정책이 대응할수 있고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고용과 주택시장 문제는 경기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최근 가계부채는 소득증가율을 계속 상회해서 증가세를 보인다. 서울 중심으로 집값은 계속 상승세다. 정부가 규제를 강도높게 하는데도 잡히지 않는다. 한은에선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해 계속 언급을 했고 지난해 금리인상의 근거 중 하나도 '금융불균형 누적 축소 필요'란 판단에서였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현재 이어지는 금융불균형 누적을 아직도 더 용인할 수 있단 건가.

"가계부채가 금융에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차주의 소득이나 차입자의 자산에 비춰본 상환능력이 아직은 건실하고, 금융기관 재무건전성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계부채의 총량 수준이 여러가지 잣대를 갖고 보더라도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증가율 뚫고 있어서 금융불균형 정도가 계속 쌓여가고 있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상 금융불균형이 이미 높은 단계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축적되지 않도록 노력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정책당국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 통화정책 운용함에 있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최근 청와대에서 나온 금리개입성 발언에 채권시장이 널뛰기를 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남아있다.

"일전에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있고 나서 시장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고 채권금리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제가 간접적으로 이 발언의 배경을 파악해보면, 청와대 관계자 발언은 큰 고려없이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그 자리에서 나온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하거나, 개입하거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언급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간혹 이런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서 통화정책 중립성에 대한 신뢰에 의심이 생기는것 자체는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러차례 말씀드렸다.
우리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 운용하면서 거시경제상황, 금융안정 등 나라 경제를 보고 판단하지 그런 데 대해선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단 것을 확실히 말씀드린다."

-한은에선 고용부진 요인에 있어서 구조적 요인에 더 초점을 맞추고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시장에선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정책의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 이렇게 취업자수를 급감시킬 만큼 큰 구조적 요인이 있었나 의문이다. 구조조정 요인과 관련해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은 2016~2017년 조선, 해운업 위주로 일어났고 지금은 그 연장선상에서 중소형사 위주로 진행되는 단계가 아닌가.

"산업별 구조조정은 금년에도 큰 기업 구조조정이 있었다. GM 등 자동차산업에서 있었고 그 이후 협력업체의 어려움 등이 여전히 많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 사이에 그 전부터 지속돼왔던 인력을 대체하는 자동화 투자도 금년 중에 빨라졌다. 최저임금도 물론 비용요인을 통해서 고용조정을 하려는 유인을 높인게 사실이다. 그치만 최저임금 인상을 가지고 계량적으로 다른 요인과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크게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인상 소수의견이 한분 있긴 하지만 총재의 말을 들어보면 연내 금리인상 깜빡이를 끈 것 같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5bp 하락하는 등 시장금리가 연내동결을 사실상 반영하고있다. 이런 움직임이 오버슈팅은 아니라고 보나.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어서 짚어 봐야겠지만 현재 판단으로 우리 성장세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다. 물가 상승율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목표 수준으로 갈거란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경기, 물가도 짚어보지만 금융안정상황에 좀 더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겠다고도 말씀드렸다."

-지난번 금통위 의사록에서 몇몇 위원이 연준과의 정책금리 확대에 따른 잠재불안요인을 사전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물가 등을 10월에 하향조정한다고 한다면 10월, 11월 금리인상 어렵다고 보고 내년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내년 2월엔 설 연휴가 있다. 사실상 내년 2분기나 돼야 가능한 거 아니냐. 반면 연준은 내년도 꾸준히 인상할 것 같다. 한미금리차가 100bp도 훌쩍 넘어서 확대될 것 같다. 어느 정도까지 용인 가능한가.

"내외금리차 관련해서도 저희들의 이전 입장과 바뀐 건 없다."

-총재 기자회견 발언 중에 구체적인 인상시그널이 없다. 올해 10월과 11월 금통위가 두 번 남았다. 금리를 올리기 위해선 어떤 요인이 충족돼야만 명확한 시그널이 나올 수 있나.

"연초부터 말씀드리길,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목표수준으로 물가가 수렴할 땐 완화 정도를 줄이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 스탠스에 변화가 있는건 아니다.
현재 잠재수준의 성장세가 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을 이어갈 걸로 보인다. 물가는 전망보단 분명히 낮아졌지만 정책적 영향이 있어서 그걸 감안해서 본다면 중기적 관점에선 1%대 후반으로 상승흐름을 보일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모든 걸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거다. 그리고 금융안정에 대한 유의 필요성은 좀 더 높아지고 있지 않나 한다.
10월이냐, 11월이냐, 내년 1월이냐, 답을 달라는것 같아서 그에 대한 답을 드릴 순 어렵겠다. 암튼 기존 통화정책 스탠스는 바뀐 게 아니다. 성장세와 물가흐름을 좀 더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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