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악화에 체감경기 '급랭'…하반기 韓경제 '먹구름'

기사등록 2018/08/30 16:39:11

투자·고용지표 악화로 하반기 경제 침체 우려감

소비심리 얼어붙고, 기업 체감경기도 '위축'

"소비마저 꺾이면 2%대 저성장 현실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8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으로 전월보다 1.8p 하락했다. 지난 6월부터 석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것으로 지난해 3월(96.3)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장기 평균)인 100을 밑돌았다.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임대문의 글이 게시된 빈상점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2018.08.2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하반기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투자 부진으로 내수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물론 소비심리까지 급랭하고 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고용 사정에 하반기 물가 상승 전망으로 소비 위축 우려까지 제기된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는 물론 내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와 체감경기는 잇따라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동기대비 5000명으로 지난 201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이거나 밑을 맴돌고 있는 것은 지난 2월부터 6개월째다. 장기간 고용지표 부진이 이어진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6월 기준 전월대비 5.9% 감소했다. 지난 3월 7.8% 감소한 이후 4월(-2.7%), 5월(-3.2%)에 이어 넉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설비투자 감소세가 4개월 연속 이어진 것도 드문 일이다. 외환위기 영향권이던 지난 2000년 9월 이후 약 18년 만에 처음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한국은행의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번 달 전산업 BSI는 74로 전월보다 1p 하락했다. 지난해 2월(74)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 100 이하면 기업 경영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더 많다는 얘기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대비 0.1%p 하락했다. 지난 2월부터 석달 연속 떨어진 뒤 5월 잠시 주춤했으나 6월 다시 떨어져 사실상 5개월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본다.

그나마 소비는 나아졌으나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지난 4~5월 쪼그라들었던 소매판매는 6월 전월보다 0.6% 올라 증가 전환됐다. 하지만 고용부진, 물가 상승 압력, 금리인상 전망, 경기둔화 우려감 등 소비의 발목을 잡을 악재가 많은 상황이다.

소비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8p 하락한 99.2로 기준치(장기평균치)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됐던 지난해 3월(96.3) 이후 1년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100 이상이면 소비심리가 과거평균치보다 긍정적이지만, 100 이하이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다. 소비가 꺾여 내수침체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승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반기 경제 성장세를 떠받친 가장 큰 축이 소비인데, 하반기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소비마저 주춤하게 되면 2%대의 저성장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2.9%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도 최근 주춤한 모습인데, 소비심리는 악화되고 고용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2.9%의 성장률을 달성하기에는 긍정적 시그널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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