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폭우로 낡은 다세대주택·반지하 '물바다'
피해복구 전 또 집중호우 내려 더 큰 피해 우려
29일 서울 은평구 응암 3동 인근 주택가 골목. 황모(63·여)씨는 한바탕 물이 휩쓸고 간 집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반지하에 사는 황씨의 집은 물에 젖은 살림살이들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물기를 닦아내기 위해 깔아놓은 신문들로 가득했다.
황씨는 물에 젖은 벽지를 가르키며 "내가 들어왔을 땐 이미 물이 많이 빠진 상태였는데 벽지를 보니 허리춤까지 물이 찼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폭우로 주변 하천이 범람해 집이 물에 잠긴지 꼭 하루가 지났지만 은평구 일대는 여전히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주택가 골목 초입에서는 경찰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물에 잠겨 버리거나 처분해야 하는 살림살이들을 어서 싣고 나가야 하는데 일반 차량들이 진입하면 복구 작업이 지연되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다세대 빌라와 반지하 주택이 대부분인 이곳에는 집 앞마다 세탁기와 냉장고, 텔레비전 등이 나와 있었다. 물에 젖은 온갖 것들이 담긴 쓰레기 봉투 더미도 한가득이었다. 모두 전날 물난리로 못쓰게 된 살림살이들이다.
처참했던 28일 상황에 대해 반지하 다세대주택에 사는 조병윤(81)씨는 "저녁을 먹다가 누군가 밖에서 나오라고 불러서 나갔더니 복도부터 물바다였다"며 "주택 근처에 세워놓은 차 바퀴를 덮을 정도의 높이였다"고 말했다.
역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 이만임(65·여)씨는 "정강이 높이까지 물이 찼다"면서 "온 집에 찬 물을 퍼내고 마른 걸레로 닦느라 한숨도 못잤다"고 토로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언니를 도와주러 왔다는 이모(62·여)씨는 "집에 물이 닥쳐 언니가 집 안에 40~50분간 갇혀 있었다"며 "물이 가슴팍까지 찰랑거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그러나 29일 밤과 30일 새벽에 이어질 비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김모(42)씨는 "꼬박 하루를 다 들여서야 물을 빼고 쓰레기 정리를 했는데 다시 물이 찰까 걱정"이라며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은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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