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北핵자산 공개-美종전선언 맞교환해야"

기사등록 2018/08/28 18:33:33

"트럼프, 대중무역협상-北비핵화 연계는 위험"

"한국의 모호한 자신감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에 동의"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대북정책 담당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날 발표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센터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 김 주 필리핀 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사진출처: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댄 스캐비노 트위터> 2018.08.27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등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일체의 핵 관련 자산을 공개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는 “공정한 맞교환(equitable tradeoff)”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대중무역협상과 북한의 비핵화 등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사안을 서로 연계시켜 진행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전략은 무분별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시지간) ‘대북협상의 길이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There may be a way to negotiate with North Korea. This isn’t it)’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엉성하고 충동적인 대북 정책이 스스로를 “자승자박(a bind of his own making)” 상태로 몰아넣었다면서 이런 상황을 푸는 방법은 “공정한 맞교환” 카드를 찾는 북미간 대화를 시작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WP 사설의 요지.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들어 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외교를 엉성하게 서두를 때부터 이미 씨앗이 뿌려진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동의했다. 한국 측의 모호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적절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북미정상회담을 서둘렀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분명한 약속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세운다”는 약속을 했을 뿐이었다.

 북한은 핵물질과 미사일을 생산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버리지(지렛대)의 일부를 되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주 그는 당초 예상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승자박”의 상황에 몰려 있다. 그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더 이상 핵 위협이 아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온건 성향의 한국 정부는 북한의과의 경제적 유대를 확대하는 자체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데 함께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 북한 협상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 문안을 지적하면서 비핵화를 향한 어떠한 움직임을 취하기 이전에 먼저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중국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중국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돕는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가 무역협상에서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느슨해진 중국의 (대북) 제재를 용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당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말로 (북중) 국경을 봉쇄했다. 아마도 지난 한 두 달 동안은 조금 허술했다. 그러나 괜찮다”라고 말했었다. 만일 중국이 대북 압박을 늦춘 게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은 또 만일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협력을 할 경우 미국은 무역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약속도 트럼프 대통령이 깼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되기 이전엔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상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철강 수출이나 기술이전 등에서 양보를 할 때까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능력을 계속 개발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것인가? 이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목표들을 함께 엮은 무분별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수습하는 최선의 희망은 북한과의 대화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공정한 맞교환(equitable tradeoff)”에 관한 협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탄두와 생산 설비, 다른 핵 인프라 등 일체의 핵 자산 목록을 내놓는 것은 물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에도 동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전 협상은 북한이 이런 절차를 거부했기 때문에 깨진 것이다. 완전한 공개야말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분명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북한의 이런 조처는 미사일 및 핵물질 생산 동결과 함께 미국의 종전선언 참가를 정당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대중무역협상을 통해 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는 트윗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sangjo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