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를 존경하던 드루킹…뜬소문 믿고 인생 바꿨다

기사등록 2018/08/27 16:43:26

누적 방문자 1000만 육박하는 파워블로거

경공모 개설후 사무실·쇼핑몰·출판사 운영

"2017년 대선에도 댓글 조작" 소문에 대응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전망, 개발 앞당겨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 12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8.08.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무려 1억건에 가까운 댓글 공감수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된 '드루킹'과 일당은 2007년 대선 당시 옛 한나라당이 댓글 조작을 벌였다는 소문을 듣고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탄핵 정국 당시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해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 일정을 서두른 것으로도 파악됐다.

 27일 이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검팀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드루킹 김모씨가 지금의 필명을 사용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그는 '드루킹의 자료 창고'라는 진보 성향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파워블로거로 주목받아 지난 3월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980만명을 넘어섰다.

 김씨는 블로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2009년 1월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이름 카페를 개설한다. 이후 2014년 11월 파주시에 3층 규모 사무실을 개설하고, 2015년 제조·도매 회사인 '느릅나무', 관련 쇼핑몰인 '플로랄맘', 출판사인 '느릅나무 출판사'를 설립하는 등 세를 확장한다. 지난 3월 기준 경공모 회원은 약 5000명에 달했다.

 김씨는 2013년 정치적으로는 비밀결사체를, 사회·경제적으로는 재벌을 대체해 기업 소유를, 이념적으로는 김구 선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상과 통일 의지를 이어받는다고 선언하는 규약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김씨가 2016년 정당 선거관계자로부터 2007년 대선 당시 댓글 공작이 있었고, 효과가 상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임의 활동은 댓글 조작 범행으로 나아간다.  이 관계자로부터 당시 대선에서 댓글 작성 기계 200대를 구입, 운영했다는 소문과 2017년 대선에도 유사한 작업이 진행될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씨는 대응 차원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60일 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8.08.27.suncho21@newsis.com
이후 김씨가 2016년 10월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을 경공모 회원에게 지시했고, 같은해 12월부터 실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시작했다는 게 특검팀 조사 결과다. 특검팀은 김씨 등이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자 킹크랩 개발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조작은 2018년 2월7일 댓글 조작이 의심된다는 취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일시 중단됐다가 같은 달 21일 재개된다. 이때부터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조작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범행은 네이버 및 더불어민주당 고발에 따른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 3월21일까지 계속됐다.

 특검팀은 이 기간 김씨 등 일당 9명이 총 8만1623개의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 141만643개에 대해 총 9971만1788회의 공감·비공감 클릭 버튼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런 활동을 승인했으며, 지난 6·13 지방선거 도움을 요청하고 대가를 약속했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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