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은 모든 희생자들 위해 성모님께 기도"
‘바티칸 인사이더’와 ‘가톨릭 뉴스 에이전시’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26일(현지시간) 오전 아일랜드 서부 녹 성지(Knock Shrine)를 방문한 자리에서 성직자들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신께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데 이어 이날 오후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 미사에서도 “일부 교회 구성원들의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돌보지 않고 침묵을 지킨 데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신의 자비를 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일랜드 방문 이틀째인 이날 50만 여명이 운집한 세계가정대회 미사에서 교황은 "교회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공감과 정의,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 시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일부 교회 구성원들이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돌보지 않고 침묵을 지킨 데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교회 성직자들의 권력 남용과 성폭력 등 범죄를 “신의 자비 앞에 놓고 용서를 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힌 이들을 용서하는 일은 항상 얼마나 어려운가. 난민과 이방인을 환영하는 일은 얼마나 항상 도전적인 일인가”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녹 성지에서 행한 삼종기도 강론에서 “성모님께서 모든 고통받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드린다. 나는 특히 성모상 앞에서 아일랜드 교회 성직자들이 행한 모든 학대의 생존자 및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비가 내리는 차가운 날씨를 무릅쓰고 운집한 4만5000여명의 가톨릭 신자들 앞에서 "우리 중 그 누구라도 학대당하고, 순결을 유린당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상처를 안게 된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처럼 드러난 상처가 우리를 더욱 굳건하게 한다. 결단력 있게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나는 신께 이런 죄와 추문, 배신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성모님께도 탄원을 드렸다. 피해자들을 치유해 달라고 빌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기독교 가족의 의지를 확인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북아일랜드 사람들도 함께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세계가정대회 여행이 북쪽 방문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도 속에서 나의 애정과 친근함을 여러분들에게 확실하게 밝힌다. 모든 아일랜드 가족들이 형제와 자매로써 화해의 작업을 인내심 있게 이어갈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드렸다”라고 말했다.
녹 성당은 1879년 성모마리아와 성요셉, 사도 요한이 15명 앞에 출현한 기적이 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교황청은 녹 성당을 성모마리아 등의 발현지로 공식 인정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테레사 수녀도 녹 성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황은 아일랜드 방문 첫날인 25일 사제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 등 8명과 만났다. 그렉 버크 바티칸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저녁 약 30분에 걸쳐 8명의 피해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교황이 만난 8명 가운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문위원회에서 일하다 지난해 바티칸의 성범죄 해결 의지 부족에 좌절해 자문위원회에서 탈퇴했던 마리 콜린스(여)도 포함됐다.그녀는 자문위원회 탈퇴 후 바티칸 및 때로는 교황에 대한 강력한 비난가로 탈바꿈했다.
교황은 이날 더블린 성에서 아일랜드 정부와 민간 당국에 행한 연설에서 "교회 당국이 이러한 성범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대중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가톨릭의 고통과 수치가 계속되게 했다. 나 역시 이러한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고통을 치르더라도 교회의 이러한 "재앙"을 제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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