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려 퇴사·엉뚱한 업무…"직장 임신·육아 불이익 여전"

기사등록 2018/08/26 18:15:15

직장갑질 119 임신·육아휴직 관련 제보 공개

불이익·퇴사강요·괴롭힘 등…"갑질 개선해야"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를 찾은 시민들이 출산, 육아 용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2018.08.2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직장 사회에서 임신과 육아가 여전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직장에서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당하거나 떠밀려 퇴사하는 등 시대 변화를 무색케 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인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임신 또는 육아휴직과 관련한 갑질 제보 56건을 수집해 공개했다. 가장 많은 사례는 불이익 26건, 다음으로 퇴사 강요 16건과 임산부 괴롭힘 13건 등이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약사 A씨는 임신 중에 출혈이 있어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고 직장에 육아휴직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상사의 답변은 '유별나게 군다'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상사는 "내가 일할 땐 의자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했다. 그래도 20년 동안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단 한 명도 유산한 사람 없다. 임신해서 출산까지 출혈 안 하는 사람 없다"라고 했다. A씨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유치원 교사 B씨는 임신할 경우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퇴사를 거부당했다. B씨는 원장에게서 "퇴사하면 머리채를 잡아 흔들겠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동종 업계 사람들에게 뿌리겠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경리 업무만 10년 하다가 육아 휴직한 C씨는 복직하려하자 회사 측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C씨는 중간에 "육아휴직을 줄 때 복직은 안 되는 것을 전제로 부여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다시 들어갔지만 기술영업부로 보내졌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대한 불이익은 남녀를 불문한다.

 한 제보자는 "남직원 하나가 최초로 육아휴직을 승인 받은 뒤에 몇 명이 따라서 갔지만, 회사에서 직원끼리 서로를 욕하게 하고 복귀하면 보복인사를 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얘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라고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불이익 사례를 제시하면서 "정부가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공공기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조사, 근로감독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해 해고는 물론 원치 않는 부서에 보복성 인사를 내거나 종전 업무와 연속성 없는 일을 강요하는 식의 불이익 또한 조사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사용자나 상사에게 구걸하거나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할 사항"이라며 "공공기관부터 모범을 보여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쓰고 복귀 후에도 모성 보호를 받으면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