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손녀의 편지 "뵐 수 있는 날 기다릴게요"

기사등록 2018/08/25 16:15:37
【금강산=뉴시스】 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김용수(84) 할아버지와 남측 동생 김현수(김민수·77)를 비롯한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18.08.24.   bluesoda@newsis.com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지훈 김성진 기자 = 한국전쟁 당시 38선 이북의 강원도 양양에 살던 김용수·종수씨는 인민군을 피해 북쪽으로 피난 갔다. 10남매 중 일곱째로 9살이었던 현수씨는 그렇게 셋째 넷째 형과 헤어졌다. 이후 양양 지역이 휴전선 이남으로 되면서 형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어졌다. 

 현수씨는 어느덧 77세의 노인이 됐다. 그는 지난 24일 65년여 만에 84세의 노인이 된 셋째 형 용수씨를 만났다. 넷째 형 종수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고, 남쪽에 있던 막내 여동생은 거동이 불편해 오지 못했다.
 
 그는 이번 상봉을 '로또'라고 했다. 2000년에 이산가족 신청을 하고 DNA 검사까지 했는데도 18년 동안 생사를 모르다가 이번에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에 상봉에 앞서 형들을 그리워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산소에 가서 형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왔다고 했다.

 생전 마지막이 될 이번 만남을 위해 그는 부모님 산소에서 찍은 사진과 가족사진 등으로 앨범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앨범에 중3 손녀딸이 용수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까지 넣어 상봉 둘째 날 오전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진행된 개별상봉 때 전달했다.

【금강산·서울=뉴시스】이산가족 남측 김현수(77)씨의 손녀가 북측 큰할아버지 김용수(84)씨에게 쓴 손편지. (사진=통일부공동취재단 제공)
손녀딸 김규연양은 편지에 "이번에 제가 편지를 쓰고, 이걸 전해 받으신다는 생각을 하니 꿈만 같고, 감격스럽습니다"라며 "저번에 할아버지의 사진을 봤는데 저희 할아버지와 너무 닮으셔서 신기했어요"라고 썼다.

 김양은 이어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여 정말 아쉽습니다"라며 "어서 남북이 통일되어 할아버지의 얼굴을 뵐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소망했다.

 김양은 그러면서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남북통일에 힘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그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셔야 해요"라고 안부를 전했다.

 김양은 "짧은 시간이라도 행복하고 좋은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언젠가 저도 할아버지 뵐 수 있는 날만 기다릴게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건강하세요"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금강산=뉴시스】 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김용수(84) 할아버지와 동생 김현수(김민수,77) 할아버지가 만나며 오열하고 있다. 2018.08.24.   bluesoda@newsis.com
한편 이번 제21차 이산가족 2회차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81가족 중 직계 상봉은 1가족에 불과하다. 대부분 형제·조카 등 방계 상봉이다. 이산가족 고령화에 따른 현상이다. 여전히 5만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북측의 형을 만나는 백락홍(80)씨의 둘째 아들 정현씨는 상봉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 1세대가 살아계시니 다행인데, 2세대까지 정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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