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정국 '총을 든 경제학자' 안병렬 장녀 南 친척 상봉

기사등록 2018/08/24 18:43:28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남측 강정옥(100) 할머니가 북측의 동생 강정화(85)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2018.08.24.  photo@newsis.com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지훈 김성진 기자 = 제21차 이산가족 2회차 상봉행사에는 해방정국에서 '총을 든 경제학자'로 불리며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안병렬의 장녀도 참여해 눈길을 끈다.

 안병렬은 일본 훗카이도대(북해도제국대학) 농학부를 졸업하고 해방 후 경성경제전문학교(서울대학교 상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을 토대로 한 농촌경제를 연구한 안병렬은 1946년 부인과 아이 셋을 데리고 월북한 뒤 강동정치학원 교수로 지내다 38도선 연선유격대 '200지대'에서 정치위원으로 활동했다.

 6·25전쟁 하루 전인 1950년 6월24일 동해남부전구 남도부(南到釜) 부대 정치위원으로 경남 울주군 신불산까지 내려왔다. 그는 빨치산 활동 중 1951년 사망했다.

 안병렬의 장녀 안세민(80)씨는 이번에 남측의 고모와 삼촌, 그리고 사촌을 찾았다.

 이종사촌 홍성호(84)씨는 해방 후 충남 당진의 외갓집에서 외삼촌인 안병렬의 가족과 함께 지낸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이종사촌인 안씨가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안씨의 고모 안경숙(89)씨와 삼촌 서은석(79)씨, 고종사촌 안일환(81)씨와 이종사촌 윤정진(73)씨, 그리고 홍씨는 이날 단체상봉에서 어렵지 않게 안씨를 알아봤다.

 고모 안씨는 연회장 입구로 걸어가 자신의 조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세민아, 안세민"을 외치고는 달려가 껴안았다. 안씨고 고모를 보고는 오열했다. 다른 가족들도 다가가 껴안으며 대성통곡했다.

 이내 안정을 찾은 가족들은 테이블에 모여앉아 사진을 보며 기억을 하나하나 맞춰갔다. 고모 안씨는 조카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똑똑해. 어려서 그렇게 총명하더니 지금 말하는 것 봐. 이야 기억력이 너무 좋다"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사촌 윤씨는 "70여 년이 물 흐르듯 흐른 느낌이다. 몇 달 만에 만난 친척 같아"라며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안씨는 이날 단체상봉 때 노동신문을 꺼내 "19살 때 사진에 등장했다"며 "내가 서울에 있었다면 이럴 수 있었겠느냐"고 자랑하기도 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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