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산가족 면회소서 첫 상봉…환영만찬 이어져
휠체어타고 北 동생 만난 최고령자 강정옥(100·여)씨 "감사합니다"
24일 오후 3시15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대연회장에 "북측 가족이 들어오십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남측 상봉단의 시선은 출입문으로 쏠렸다. 여유롭게 농담을 주고받던 가족들도 순간 말을 멈췄다.
곧이어 북측 가족이 입장하고, 테이블마다 박수와 탄식과 울음이 뒤섞였다. 유일한 직계 상봉자인 조정기(67)씨는 까치발을 들고 기다리다 태어나 처음 본 아버지를 보자마자 목 놓아 울었다.
조씨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 조덕용(88·당시 21세)씨는 조씨가 태어나기 전에 북으로 갔다. 조씨의 어머니는 68년 동안 아버지를 기다렸다가 올해 돌아가셨다. 그리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살아계신 아버지가 조씨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씨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맏아들이에요 맏아들"이라며 오열했다. 그는 아버지 옆에 앉아 연신 눈물을 흘리며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살아계실 줄은"이라고 말했다. 조씨와 동행한 가족들도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강씨 가족들은 문 쪽을 응시하다 한복 차림의 정화(85·여)씨가 그의 아들 최영임(50)씨의 부축을 받으며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알아보고 "저기다"를 외쳤다.
나란히 앉은 강씨 자매는 서로를 꼭 안으며 볼을 비볐다. 정옥씨는 두 손을 모으고서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기쁨을 표했다. 막내 여동생 순여(82)씨는 정화씨의 자리로 달려오며 "언니"를 불렀고, 이에 정화씨와 순여씨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였다.
정옥씨는 "정화야, 정화야, 아이고 정화야 안아줘야지. 아이고 정화야 고맙구나"라고 계속 말했다. 정화씨는 "믿어지지가 않는구나"라고 말하며 기쁨을 표했다.
양영옥(77)씨는 북측 언니 량차옥(82)씨를 만나 "나 기억나"라며 눈물을 흘렸다.경옥(74)씨는 "아버지 모습 그대로네"라며 언니를 바로 알아봤다고 말했다. 양씨 가족은 이번에 다섯 자매가 상봉했다. 자매들은 "언니도 역시 아버지를 닮아서 인물이 좋다", "들어오는데 언니 모습을 알아보겠더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이날 남북 가족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7시께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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