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북 후 고초 견디며 26년 만에 재회한 이산가족

기사등록 2018/08/24 15:41:42 최종수정 2018/08/27 10:07:45

1992년 평양서 가족 만나…국가보안법 위반 실형

서신 주고받던 北 고모 만나는 이산가족

"기다리는 마음…같이 살아봤으면"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건물을 나오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성진 기자 = 26년 만에 북측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되는 사연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2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상봉단에 참여한 송유진(75)씨.

  송씨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누나 유주(76)씨와 함께 북측 동생 송유철(70), 유순(72·여)씨를 만난다.

  송씨의 어머니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할아버지가 있는 경북 포항으로 송씨와 누나 유주씨를 피신을 시키고, 나머지 형제들을 데리고 개성의 친정집으로 간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후 송씨가 평양에 가게 된 것은 1992년. 송씨에 따르면 당시 통일원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통해 평양에서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을 만났다.

  송씨는 "당시에 북한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방송을 듣고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했다"며 "태국에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허가서를 가지고 태국 공사관을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고를 하고 1년 후에 어머님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다시 통일원에 가서 방북 허락을 해달라고 했고 결국 북에 갔다"고 말했다.

  송씨는 결국 1992년 9월께 평양에 가서 어머니와 동생들을 만났다. 송씨 어머니는 송씨를 만난 후 1년 뒤 사망했다.

  송씨는 "나도 어머니를 보고 싶은 희망으로 살았는데 어머니도 큰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셨을 것"이라며 "만나고 나니 살아야 할 의욕을 잃으신 것인지, 나 만나시고 1년 있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씨는 방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기부 조사를 받게 됐고, 북한에서 접촉한 인사 중에 고위인사가 포함돼 고초를 겪었다.

  송씨는 "저녁에 만난 사람이 높은 사람인 거 같다고 했더니 (안기부에서) 사진을 보여줬다"며 "이 사람이라고 짚었더니 그 사람이 외교부장 백남순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북 이후 5년이 공소시효인데 (시효 만료) 2개월 전에 체포를 했다. 1997년 7월이었다"며 "20일간 취조를 당했다. 구타고문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송씨에 따르면 검찰은 방북 시 송씨가 서적을 갖고 갔는데 거기에 민감한 정보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기부가 증거로 제출한 책 중 3권은 방북한 이후에 출판된 책이라고 했다.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북한 온정각에서 외금강호텔과 금강산이 보이고 있다. 2018.08.21. bluesoda@newsis.com
  그는 지난 1998년 초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 잠입탈출 등의 혐의로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같은 해 8·15특사로 풀려났다.

  송씨는 "세상이 바뀌어 이번에 북한 형제들을 20여 년 만에 만나러 가는데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다리는 마음이다. 나도 늙었고 그들도 70세 가까이 된다. 같이 함께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비전향장기수 통해 南가족 소식전해

  가족의 생존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가 만나는 사례도 있다. 이정환(55)씨는 북측 고모 리선례(81)씨를 이번에 남측 가족들과 함께 만나게 된다.

  이씨 가족은 북측 고모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생존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씨는 경북 영덕 출신으로 동향사람이자 친분이 있던 비전향장기수 김익진(김일진)씨에게 북한에서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가족 소식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김씨는 북한으로 돌아가 소설을 썼고, 평양에 살던 작은어머니가 소설을 읽고 고향 소식을 알 수 있겠다 싶어 김씨를 찾았다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씨는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가족들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번에 고모를 만나면 돋보기안경, 영양제, 세면도구, 과자 등을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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