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봉화 엽총난사 사건, 기획 범행 정황 속속 드러나

기사등록 2018/08/22 15:59:33

범행 한달전 엽총 구입하고 소지허가 받아

엽총 출고 뒤 곧바로 이웃주민 찾아가 저격

재장전후 면사무소 들러 곧바로 또 4발 발사

이웃과 갈등, 민원처리 불만이 합쳐 도화선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22일 경북 봉화경찰서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경찰관이 전날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공무원 엽총 살해 사건' 때 사용한 엽총으로 범행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18.08.22 kjh9326@newsis.com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경북 봉화에서 지난 21일 엽총으로 공무원을 2명을 살해한 범인은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계획적인 범행으로 추정된다.

22일 봉화경찰서는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날 발생한 '공무원 엽총 살해 사건'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수사상황을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4년전 봉화로 귀농한 김모(77)씨는 2년 전부터 이웃 임모(48·스님)씨와 상수도 문제 및 쓰레기 소각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오다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또 상수도 문제 등과 관련된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까지 찾아가 근무 중이던 손건호(48·민원담당 행정6급) 계장과 이수현(38·민원담당 행정8급)씨를 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김씨의 범행을 계획적인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다.

먼저, 김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21일 오전 7시 50분 소천파출소에서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했다.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22일 김선섭 경북 봉화경찰서장이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발생한 '소천면사무소 공무원 엽총 살해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앞에는 범인이 사용한 엽총이 진열돼 있다. 2018.08.22 kjh9326@newsis.com
그 뒤 곧바로 자신의 그랜저 차량을 타고 사찰 입구에서 임씨를 기다리다가 9시 13분께 귀가하던 임씨를 향해 엽총을 발사했다.

임씨는 어깨에 부상을 입고 인근 숲으로 피했다. 김씨는 2발을 더 발사했지만 빗나갔다.

평소 임씨와의 잦은 다툼과 갈등에 앙심을 품고 소천파출소에 영치돼 있던 총기를 의도적으로 출고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임씨는 두 차례에 걸쳐 김씨의 행동을 제지하는 내용의 신고 또는 진정서를 경찰에 냈다.

지난해 4월에는 김씨가 도끼를 들고 찾아와 자신을 위협한다고 신고했다.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의 유리창이 범인 김모(77)씨가 쏜 엽총 탄환에 맞아 구멍이 뚫려 있다. 2018.08.22 kjh9326@newsis.com
경찰은 "추후 조사과정에서 임씨는 김씨가 직접 자신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김씨 손에 도끼가 들려 있었다고 정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김씨가 총으로 쏴 죽인다고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또다시 접수했다.

조사 결과 이 같은 내용은 임씨가 김씨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들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종결됐다.

평소 쌓인 앙금에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씨와 임씨와의 사이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암자에서 임씨에게 부상을 입힌 후 실탄 5발을 재장전해 3.8㎞ 거리에 있는 소천면사무소로 향했다.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22일 김선섭 경북 봉화경찰서장이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발생한 '소천면사무소 공무원 엽총 살해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18.08.22 kjh9326@newsis.com
도중에 면사무소에서 300여m 떨어진 소천파출소 주위를 한바퀴 차로 돌아나간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오전 9시 31분께 면사무소 1층 사무실 정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선 김씨는 '손들어'라는 짤막한 외침과 함께 망설임 없이 공무원들을 향해 엽총 4발을 발사했다.

총탄 두발은 면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던 공무원 2명을 관통해 결국 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두발은 빗나가 반대편 유리창을 뚫었다. 미처 발사하지 못한 나머지 1발은 김씨가 제압되면서 총기에 그대로 남았다.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22일 경북 봉화경찰서는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발생한 '소천면사무소 공무원 엽총 살해 사건'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은 범인이 사용한 엽총. 2018.08.22 kjh9326@newsis.com
임씨와 상수도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했던 수차례의 민원 처리에 대한 불만이 면사무소 총격을 기획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마지막, 김씨는 친분이 깊던 해병대 후배를 따라 후배의 고향인 봉화로 2014년 귀농했다.

귀농 후 아로니아를 재배하던 그가 느닷없이 한 달여전 총기를 구입하고 소지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초 봉화군에서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받은 뒤 곧이어 같은달 20일 주소지인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산탄식 엽총 소지허가까지 받았다.

같은 달 25일에는 엽총을 구입해 소천파출소에 영치했다. 이후 범행전까지 '유해조수 포획'을 명목으로 13차례에 걸쳐 총기를 출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같은 일련의 행동이 범행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인지 수사 중"이라며 "앞서 출고한 부분은 단정할 수 없지만 범행 당일은 계획적으로 출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jh932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