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표되는 개발계획이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주택시장에 기름을 붙자, 서울에 집을 구하려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지방 큰 손들이 돌아온 것이다.
24일 한국감정원에서 집계하는 '주택매매 거래현황 -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자료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외지인(관할 시도외 거주자)의 서울 주택구매건은 2256건으로, 전월(2036건) 대비 10.8%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 매매거래만 놓고 보면 증가폭이 더 크다. 지난달 비거주자가 구매한 서울의 아파트는 1095건으로, 전월(883건) 대비 24.0% 증가했다.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구매건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3월(3089건)에 크게 늘었다가 이후 내리 감소세를 지속해왔다. 4개월만에 반등이다.
아직 전년 같은 달(2925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다만 지방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꺼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서울로 자금 쏠림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서울로 자금이 모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지역 경기 침체로 끝을 모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관할시도외' 구매는 6월 6714건에서 4776건으로 28.9%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서울은 재개발,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잇따라 호재성 발표가 터져 나오며 시장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실거주 수요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천정부지로 솟는 서울 집값 등을 이유로 올해 상반기 서울의 인구는 8755명 감소했고, 7월에도 2407명의 인구 순유출이 발생해 불과 반 년새 서울에서 1만명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외지인의 서울 주택 구매에 대해 서울로 이주하는 실수요도 있지만, 상당수는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투기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보유세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물 과세'라는 시장의 평가 속에서 서울의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자 지방 큰 손들도 이에 편승하기 위해 투자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3구가 인기다.
외지인이 7월 산 강남구의 아파트는 47건으로, 전월(26건) 대비 80.8% 증가했다. 7월 강남구 아파트 전체 거래량(183건)의 25.7%가 지방 거주자의 매수건이다.
서초(38건), 송파(54건) 등도 전월 대비 31.0%, 20.0%씩 거래가 늘었다. 송파는 전체 거래량에서 외지인의 거래비중이 25.6%로 높게 나타났다. 용산구(40건)도 역시 전체 거래량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5.6%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밖에 성북(68.4%·64건), 양천(63.3%·49건), 관악(56.2%·72건), 성동(50.0%·27건) 등도 전월 대비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움직임이 과열되고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투기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외지인의 주택 매매는 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에 가깝다"면서 "서울의 집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나중에 집값이 더 오르면 어쩌나' 하는 불안심리와 지방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울 인기 지역 상승세에 편승하려는 투자 수요가 겹쳐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반대로 지방의 주택시장을 기웃거리는 서울 거주자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거주자가 7월 한 달간 산 지방의 아파트는 모두 2666건으로, 전월(2510건) 대비 6.2% 증가하며 4개월만에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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