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찔레꽃",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 열창
한 테이블에서 노래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가족 '합창'
분단 65년 만에 만난 가족들은 이산의 아픔과 한(恨)을 노래로 승화시켰다.
21일 이산가족 단체상봉이 진행된 금강산호텔에서는 '우리의 소원', '고향의 봄', '찔레꽃',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의 시작은 최동규(84)씨 가족이었다. 최씨 가족은 상봉 도중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노래를 시작했다.
최씨와 남측 아들 장원(56)씨, 며느리 이효분(54)씨, 북측 조카 박성철(40)씨, 춘화(58)씨 등은 '우리의 소원' 외에도 '고향의 봄'을 다같이 손뼉을 치며 불렀다. 노래를 부르던 중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씨 가족의 노래를 듣고, 차제근(84)씨 가족도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다.제근씨의 북측 조카 성일(50)씨와 남측 아들 성태(55)씨가 '우리의 소원'을 부르기 시작하자, 제근씨의 북측 동생 제훈(76)씨도 따라불렀다.
첫날 단체상봉에서 조카 성일씨가 "미국놈들을 내보내야 해"라며 "큰아버지, 봐 보세요. 싱가포르 회담 이행을 안 한단 말이에요"라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제근씨와 성일씨 간에 작은 논쟁이 벌어지게도 했다.
그러나 차씨 가족은 이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과 함께 하나가 됐다.
다른 가족의 노래가 이어지자 최기호(83)씨 가족도 합창 대열에 가세했다. 최기호씨의 북측 조카 선옥(56·여)씨, 광옥(53·여)씨가 북한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을 선창했다.
이 노래는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라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그러나 기호씨와 남측 동생 양길(78)씨가 노래를 잘 모르자, 북측 조카 선옥씨가 먼저 "같이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릅시다"라고 제안해 '고향의 봄'부터 '찔레꽃'에 이어 '반갑습니다'를 불렀다.
기호씨는 '찔레꽃'을 부르며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동무야"라는 가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호씨 가족들은 노래 부르는 내내 손을 꼭 잡고 서로 눈을 쳐다봤다. '반갑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는 북측 조카딸들이 일어서서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호씨의 동생 양길씨도 조카들과 함께 일어서서 손을 잡고 환히 웃으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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