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환율 조작한다고 생각…유럽도 마찬가지"
금리 인상에도 불평 "다른나라처럼 연준 도움받고 싶다"
강달러 억제 발언 이후 위안화·유로화 상승 전환
24일 잭슨홀미팅서 파월 의장 어떤 신호 줄지도 관심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무역 상대방의 환율 조작 의혹을 또다시 제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에도 견제구를 던졌다. 미국의 경기와 무역 경쟁력을 위해 달러 강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환율조작국이 되려면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 등 3개 요건에 해당해야 하는데 중국은 1개 요건만 충족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발표한 연례 대외부문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가치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안화 가치가 낮은 것이 아니라 달러 가치가 약 8~16% 가량 고평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매우 강력하게 협상하고 있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며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나는 연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뉴욕 롱아일랜드에 열린 후원금 모금 행사 연설에서 경제가 잘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왜 금리를 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새로운 연준 의장을 물색할 당시 제롬 파월이 '싼 돈(cheap money)'을 선호한다는 참모들의 얘기를 듣고 그를 의장에 임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파월 의장이 취임과 함께 신속하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과 연준을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EU,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기준금리를 낮춘다"며 "그런데 미국은 달러가 날이 갈수록 강세가 되고 있는데도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올해 들어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초 대비 3.65% 상승했다. 반면 달러 대비 위안화와 유로화 가치는 각각 연초 대비 4.8%와 4.17%씩 떨어졌다.
9월 미중 무역협상과 10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등을 앞두고 미국의 환율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자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0.25% 하락했다. 위안화와 유로화 가치는 각각 전일 대비 0.27%와 0.43%씩 상승했다.
대통령의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는 파월 연준 의장의 고심도 커지게 됐다.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시장에서는 12월 인상 여부와 내년 인상 속도에 대해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제 여건만 보면 파월 의장이 매파적 신호를 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를 기록해 연준의 목표치(2%)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1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4.1%를 기록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3.9%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데다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경제 불안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이 오는 24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어떤 신호를 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ah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