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금강산 이산가족 단체상봉 종료…곳곳에서 터지는 '오열'

기사등록 2018/08/20 20:29:49

"상철아!" 아들 이름 부르며 오열하는 92세 母

"저 기억나세요?"…100세 아버지 앞에 우는 딸

"집체상봉 끝났다" 방송에 곧 만나지만 아쉬움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김광호(80)할아버지(왼쪽)가 동생 김광일(78)할아버지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photo@newsis.com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성진 기자 =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1일차 첫 행사인 단체상봉이 2시간 만에 종료됐다.

 8·15 계기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북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개최됐다.

 행사 전부터 상봉장에 '반갑습니다' 노래가 나왔지만 이내 노래는 잦아들었다. 가족들이 만난 상봉장은 금세 65년 동안 떨어진 가족들의 한과 오열의 장이됐다.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백성규(101)씨가 휄체어를 타고 들어오자 한복을 입은 며느리 김명순(71)씨와 손녀 배영옥(48)씨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한신자(99·여)씨는 이북에 두고 온 첫째 딸 김경실(72)씨와 둘째 딸 김경영(71)씨를 만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두 딸은 한씨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와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한씨 역시 딸들을 보자마자 "아이고"하는 소리를 내고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씨는 두 딸과 볼을 비비고 손을 꼭 붙잡으며 한참을 아무말 없이 울었다.

 이금섬(92·여)씨도 상봉장에 도착해 아들 리상철(71)씨를 보자마자 "상철아!"라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아들 상철씨 역시 어머니를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2018.08.20.  bluesoda@newsis.com
시각장애 1급인 이금연(87)씨는 다른 가족들보다 늦게 도착했다. 이씨는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북측 올케 고정희(77)씨와 조카 리경순(53)씨를 울며 끌어앉고 쓰러졌다.

 이씨 가족들은 한데 어울려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씨와 동행한 아들 이성재(48)씨와 딸 이은자(45)씨도 눈시울이 붉어져 말을 하지 못했다.

 안종호(100)씨는 딸 안정순(70)씨와 손자 안광모(36)씨를 만났다. 

 정순씨는 아버지 종호씨를 보자마자 "저 정순이야요, 기억나세요? 얘는 오빠네 큰아들이에요"라고 말하며 는물만 흘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진을 보거나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도 있었다.

 최기호(83)씨는 맏형의 조카 최선옥(56·여)씨가 가져온 사진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손수건을 한참을 눈에 대고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맏형 사진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조카가 가져온 사진을 하나씩 보며 지난 삶을 되짚었다.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춘식(80) 할아버지가 북측의 동생들 김춘실(77·오른쪽)과 김춘녀(71)를 만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photo@newsis.com
서진호(87)씨는 동생 서찬호(74)씨와 서원호(63)씨를 만났다. 서씨는 동생들과 만나자마 손을 잡으며 기뻐하고 반갑게 웃었다. 이들은 손을 놓지 않고 "우리 친형제가 이제야 만났다"고 말했다.

 서진호씨의 딸 서순교(55)씨는 "작은 아버님들 절 받으세요"라며 그 자리에서 큰 절을 올렸다.

 여운(90)씨는 동생 여양숙(75·여)씨와 조카 려철용(46)씨를 만나 손을 맞잡고 즐거워 했다. 이들은 여동생이 가져온 옛날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날 2시간 동안 이뤄진 단체상봉에는 남측에서 상봉단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197명이, 북측에서는 185명의 가족이 참석했다.

 가족들은 단체상봉 종료 전 "집체상봉을 끝내겠습니다"라는 장내 방송이 나오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신자씨 가족 테이블은 웃음꽃이 피다가 방송이 나오자 침울해졌다. 한씨는 북측의 두 딸 손을 꼭잡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다 안내를 받고 겨우 일어섰다.

 한씨가 계속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뒤를 돌아보자, 한씨와 동행한 딸 김경복(69)씨는 "몇 시간 후 저녁 먹으면서 다시 만나요"라고 다독였다.

【금강산=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신자(99)할머니가 북측의 딸들 김경실(72), 김경영(71)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2018.08.20.  photo@newsis.com
신재천(92)씨와 북측에 사는 여동생 신금순(70)씨는 방송이 나오자 동시에 일어섰다. 재천씨는 금순씨의 한복 옷고름을 다시 고쳐주고 명찰을 달아줬다. 금순씨는 오빠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연신 훌쩍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은 2시간 단체상봉 행사 종료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7시17분부터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북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여했다. 만찬은 오후 9시께 종료될 예정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둘째 날인 21일에는 개별상봉과 객실중식, 단체상봉 등이 진행된다.

 남북은 이번 행사에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족들이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 객실에서 중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상봉단은 숙소인 외금강 호텔 객실에서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개별 상봉을 하고, 객실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된다.

 개별상봉과 오찬이 끝난 뒤에는 오후 3시부터 다시 2시간 동안 단체 상봉이 이뤄진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오전 작별상봉 후 공동오찬을 진행한다.

 남측 상봉단은 공동오찬을 마지막으로 2박3일 간 6차례의 상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22일 오후 육로로 귀환하게 된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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