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반려동물 수집가들…'애니멀 호더' 규제 못하나

기사등록 2018/08/18 10:28:20

과도하게 많은 동물 데려와 안 돌보는 사람들

애니멀호딩 포함 '방치' 사례 갈수록 증가 추세

주택에서 굶어죽거나 피부 괴사, 실명 등 참혹

민법상 동물은 주인의 '재물'…구조도 쉽지 않아

적정 사육 마릿수 넘지 못하도록 법 개정 주목

"돈 얼마 주면 입양 끝?…적절한 교육 병행돼야"

【익산=뉴시스】강인 기자 = 31일 전북 익산의 한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사체로 발견된 개들. 2018.01.31 (사진=동물의소리 제공)kir1231@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주인 대부분은 예뻐서 데려오는 거에요. 예뻐서, 또 가여워서. 분양받는 경우도 있고, 길에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수가 불어나니까…어느 순간 감당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방치되는 겁니다."(동물권단체 구조대원)

 '개식용'을 둘러싸고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또 다른 동물학대로 여겨지는 '애니멀 호딩'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애니멀 호딩은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며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니멀 호더(Hoarder·축적가)들은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것에 가깝다. 동물들은 최소한의 사육 환경과 주인의 보호 책임으로부터 방치되고, 이는 학대의 한 유형으로 여겨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학대·방임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2년 132건에서 2017년 39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애니멀호딩을 포함하는 '방치' 건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지난 2016년 접수된 1146건의 제보 사례 중 방치신고는 68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70건을 기록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국 팀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범죄도 증가한다"라며 "무책임한 사육으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사례는 말 못하는 축생에게 방치가 곧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서울 천호동의 한 자택에서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4개월된 보더콜리가 발견됐다. 이 자택의 화장실에서만 아사로 추정되는 개 3마리의 백골사체가 나왔다.

 앞서 성내동의 한 유흥업소에서도 개 사체 1구가 발견됐다. 겨우 구조된 프렌치불독과 푸들 두 마리는 피부가 괴사되고 옴이 붙어 있었다. 두 사건에서 개들의 주인은 동일한 남성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60대 남성은 "강아지를 좋아해 데리고 왔다"고 진술했다.
무책임한 애정이 초래한 폐해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4월 마산의 20평 남짓한 고양이 쉼터에서는 100여마리의 고양이가 발견됐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아 번식이 거듭된 공간에는 오물과 사체가 가득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기 고양이들의 눈은 흘러내려 썩어 있었다.

 꺼져가는 생명을 품에 안는 구조대의 고민은 깊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는 한 구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체계에서는 동물을 개인의 '재물'로 규정한다. 즉 동물의 소유권을 가진 주인이 요청하면 돌려줄 수 밖에 없다. 실제 성내동에서 구출된 개들은 "돌려달라"는 주인의 요청에 의해 반환됐다. 동물권단체 케어 역시 마산 고양이쉼터의 주인에게 '동물포기각서'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도적 차원의 움직임이 그나마 위안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애니멀호딩을 막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 마릿수를 초과한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물단체들은 방치를 제재할 규제가 전무했던 과거에 비해 이러한 움직임에서 희망을 품는다.

 동물권단체 관계자는 "관심이 커지고 법안이 개정되는 등 애니멀호딩 금지가 가시화된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아직도 이런 일은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돈 얼마만 주면 데려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양을 위해 적절한 교육을 병행하는 외국의 동물보호 방식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ummingbir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