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인택시기사 수장 놓고 진흙탕싸움

기사등록 2018/08/14 11:29:01 최종수정 2018/08/14 11:33:16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4만9000여 서울 개인택시 기사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조직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대표직을 놓고 진흙탕 싸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조합은 13일 제18대 이사장을 뽑기 위한 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전체 조합원 4만9220명 중 1만7382명이 투표(투표율 35.3%)했으며 이 중 7269표(41.8%)를 획득한 차순선 후보가 신임 이사장으로 당선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선거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선거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면서 탈락한 후보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선거를 3일 앞둔 10일, 조합 선거관리위원회는 기호 6번 국철희 후보의 후보등록을 취소했다. 국철희 후보가 선거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이유였다.

 국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부랴부랴 후보 1명을 탈락시키면서 13일 월요일 선거를 하는 상황에서 탈락당한 후보도, 5만여명의 유권자도 대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며 반발했다.

 정치권의 색깔론 공방을 연상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국 후보는 "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자가 모 선관위원에게 '국철희 후보가 (북한)주사파'라며 후보 등록 탈락에 협조할 것을 종용하는 전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국 후보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원천 무효"라며 "검찰에 매수 당사자들을 고소하고 서울시에 선거 무효화를 요구하겠다"고 대응방침을 밝혔다.

 이에 조합 선관위는 해명을 내놨다.

 백덕필 선관위원장은 "국 후보의 공보물에는 '국토부와 규제개혁위원회 등에서 추진하던 특정 정책을 폐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실 그 정책은 국토부가 이미 삭제한 것이었다"며 "국 후보에게 사실 확인이 안 되거나 미심쩍거나 확실치 않으면 수정하거나 삭제해라했다. 그러자 국 후보는 공보물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지겠다고 하더라. 결국 일반인이 공보물을 보고 이의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이어 "공보물은 조합원 5만명이 다 보는 것이다. 규정상 선거공보물에 허위사실을 적시할 경우 후보등록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국 후보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관위원들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국 후보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2위에 그쳐 낙선한 김학송 후보도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4일 앞둔 9일, 조합 새마을금고가 26억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현직 조합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김 후보에게 불똥이 튀었다.

 조합 새마을금고가 서울 송파구 위례지구 신도시 대지 685여 평 상당을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매입하는 과정에서 영업권과 작업비 명목으로 26억3000만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조합은 정상처리한 사안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후보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처럼 이번 선거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지만 이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수년째 이사장 선거를 둘러싼 법적공방에 조용한 적이 없다.

 이번에 당선된 차순선 후보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15~16대 이사장을 지냈는데 16대 막판 법적 공방 끝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1년 6월 직무대행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이후 조합 이사장 선거는 내내 법적공방의 장이 되다시피 했다. 2011년 말 치러진 17대 이사장 선거에서 이연수 후보가 당선됐지만 부정선거의혹을 둘러싼 소송전 끝에 8개월 만에 낙마했다. 이후 국철희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17대 이사장이 돼 남은 임기를 채웠다.

 이연수 후보는 2015년 말 치러진 18대 이사장 선거에서 재차 당선됐다. 그러나 낙선한 국 전 이사장 등이 조합 선관위에 또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합은 재차 법적공방에 휘말렸다.

 이후 3년 가까운 소송 끝에 18대 이사장을 뽑기 위한 재선거가 이번에 치러졌지만 이 역시 진흙탕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인택시기사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다투는 것은 이사장이 누리는 권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개인택시기사들은 매달 10만원 남짓한 조합비를 낸다. 서울 조합원이 약 5만명이라 조합은 1년에 600억원 가까운 조합비를 걷고 있다. 조합 이사장은 이 조합비로 각종 사업을 집행할 수 있다. 가스 충전소 등 각종 이권사업에도 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사장은 판공비를 포함해 임기 4년 동안 매년 2억원 가까운 연봉을 챙긴다. 개인택시기사로서 이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놓치기 싫은 기회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개인택시조합 선거 난맥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감독관청인 서울시는 개입을 꺼리고 있다. 사단법인인 조합의 내부 업무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조합 선거에 관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위법이나 부당함이 명확하면 검토를 해봐야할 문제"라며 "(이번에도 법적 공방이 재현될 기미가 보이지만) 지금 단계에서 명확한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임의대로 시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사장 선거와 이에 따른 이의제기, 당선무효, 재선거라는 악순환이 수년째 거듭되고있지만 정작 일선 개인택시기사들의 복지와 처우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조합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