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옥탑방쇼?…문제해결하러 왔고 일하러온 것"

기사등록 2018/08/08 15:30:39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강북균형 발전 화두…19일째 옥탑방 기거

시민들 숙고 결과 드러날것…19일쯤 공개

구멍가게, 양장점 없어지고 프랜차이즈 득세

고통, 즐거움으로 보상…옥탑방 서울미래 도움될 것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강북 '한 달 살이'를 시작하는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을 향하며 지역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조립식 건축물 2층 옥탑방(방 2개, 9평(30.24㎡))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기거하면서 지역 문제의 해법을 찾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방안을 모색한다. 2018.07.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옥탑방 거주가 TV예능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식 보여주기 '쇼'라는 지적에 "체험하러 온게 아니고 살러 왔고, 문제를 해결하러 왔고, 일을 하러 왔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이날 낮 성북구 삼양동 인근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저보고 체험하기 위해서 왔다, 쇼한다 이러기도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은 강북균형 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지난달 22일 이날까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19일째 기거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제가 가져온 화두가 워낙 묵직한 거라서 강남북 균형발전이랄지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런 일들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들"이라며 "그렇지만 현장에서 보면 정말 많은 대안이랄까 이런 게 많이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뭘 만들어 냈다기 보다 시민들이 스스로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숙고한 결과를 19일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시장은 자신이 옥탑방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공교롭게도 유례없는 폭염이 시작된 것에 대해 "사실 그냥 시장이 와서 조용히 한달 살다가면 좋은데 쓸데없는 (쇼)논쟁도 벌어졌다"며 "더군다나 무더위가 기상청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고 아주 최악의 폭염이 오는 바람에 관심이 전국적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걱정도 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그러는데 사실 여러분들이 많이 걱정한 거 보다는 비교적 잘 지내는 편"이라며 "왜냐면 날씨는 물론 힘들었지만 사실 현장에 오면 (난)늘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그 다음에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사실 즐거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자리한 박겸수 구청장은 "구민들은 시장이 시정을 할 때 시장실에서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살면서 삼양동 주민들과 직접 일정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렇게 시정을 하는구나'라고 느끼고 있다"고 거들었다.

 박 시장은 다른 자치구에서도 강북구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장기간 머물러 달라는 요청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구청은 야단이다. 제가 사실 선거유세기간중에 (한달동안 살겠다고)약속했던데가 강북구하고 금천구"였다며 "금천구도 한 달 살아야 되는데 금천구에서는 언제 오느냐고 질의가 빗발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 구청장님들도 막 온다. 어제는 노원구청장님 쪽에서 시구의원 10명 정도 모시고 와가지고 한달은 와야 된다고. 중랑구청장님도 왔다갔다"며 "어쨌든 인근 지역에서 다들 그러셔서 남아있는 열흘 동안에 한나절 정도는 가까운 지역을 돌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지역 개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기 들어오면서 갖고왔던 큰 화두들,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라든지 강남북격차 해소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되긴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옛날에는 동네마다 구멍가게가 다 있었고 그 다음에 양장점, 전파상, 작은 식당들이 다 사라졌다"며 "롯데마트 큰 게 하나 있고 큰 도로변을 중심으로 해서 가게들이 쫙 놓여있는데 그 가게 대부분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이런 것들"이라고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 99대1의 사회가 어떻게 마을에서 동네경제를 골목경제를 유린하는가를 다 볼 수 있다"며 "99대1의 사회가 가장 큰 문제다. 이게 지금 단순히 서울 한동네만의 문제가 아니고 서울시 전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런 과제들을 현장에서 보고 있고 해서 서울시가 어떻게 하면 거대한 도전과제에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19일께 중대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시장은 옥탑방 생활이 불편한지를 묻자 "고통은 늘 그 이후에 즐거움으로 보상될 것"이라며 "덥고 좀 힘들지만 (옥탑방생활은)서울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옥탑방 주변에서 40대 남성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뉴스와 관련해 "시장이 된 2011년에 노숙인 한명이 사망해서 아무런 유족도 없는 상태에서 국립의료원에 안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정 취소하고 가서 헌화하고 천만시민을 대표해서 보내드린 적이 있다"며 "도시에서 이런 외로운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또 하나의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sds1105@newsis.com